한참 전 ‘시고르자브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처럼 웃음이 절로 나왔다. ‘1보 3킁킁(3보1킁킁)’이라니! 어쩜 이리 우수한 표현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을까? 그들의 감각적인,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기발한 표현 앞에서 늘 고개가 끄덕여진다. 강아지들의 산책을 한 마디로 표현할 때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염원을 담아 진실한 마음으로 기원을 드릴 때 일보 삼배를 수행하는 것처럼, 강아지들의 산책 또한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진심을 담아 내딛는다.
비 온 후, 모처럼 날 좋은 낮에 밖으로 나갔더니 강아지 ‘잡채’의 킁킁은 쉴 새가 없다. 새로운 냄새 때문인지, 분주한 영역표시 때문인지 갈지자로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왔다 갔다, 이리저리,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산책길을 휩쓴다. 덩달아 나도 이리저리 분주하지만, 어지러운 발걸음과는 달리 마음은 갈수록 여유로워진다. 사랑하는 강아지와 산책하며 얻을 수 있는 최대 효능이다.
킁킁의 시작은 역시 가벼운 식물부터!
가만, 혹시 놓치고 지나친 맛있는 냄새가 있을까?
땅냄새도 좋아요.
음, 신선한 이 냄새! 세상은 아름다워요!
저 너머에서 솔솔 풍기는 이 킁킁이의 정체는?
잡채! 아냐, 쓰레기봉투와 폐기물 자루는 패스!
신선한 수풀 사이에 고개를 파묻어야 제 맛이죠!
엄마가 좋아하는 시를 저도 좋아해요.
시를 코로 감상합니다, 킁킁!
의자도 지나칠 수 없죠.
유치원도 냄새가 좋아 가고 싶어요.
놀이터도 최고의 킁킁 장소입니다.
동네 고양이 친구가 잘 다니는 길목에 서 있는 나무도 좋은 냄새가 많이 있어요.
막내 놀려 먹기, 그만!
만 3살이 되는 강아지 ‘잡채’도 이제 의젓해졌다. 견생이 길어질수록 웃긴 표정과 인간 같은 행동들이 늘어만 간다. ‘간식~, 산책~’이라는 소리에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반응을 보이더니만, 이제는 나를 아래위로 훑으며 그 소리의 진실을 파악한 후 행동하기에 이르렀다. ‘안 나갈 거잖아요. 잠옷을 그대로 입고 있으면서 산책을 간다고요! 저로 바보로 보지 마세요.’ 강아지 ‘잡채’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아무리 달콤한 목소리로 ‘산책’을 외쳐도 절대 운동복 차림이 아니면 콧방귀도 안 뀐다. 산책 시에만 입는 옷차림으로 장착을 해야만 낑낑거리며 몸을 움직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더니만, 강아지 ‘잡채’도 확실하다. ‘간식의 노예’라며 우리가 강아지 ‘잡채’를 놀리며 귀여워하지만 그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 손에 간식이 없으면 어떠한 재롱도 부리지 않는다. 그래도 참! 귀여운 것, ㅎㅎ
어느 날 산책을 가려하는데 어찌나 예쁘게 웃어 주던지 좋아라며 칭찬 후 간식을 줬더니, 이제는 아예 산책을 나가려 할 때마다, 예의 그 미소를 던져준다. 산책을 가서 고맙다는 감사인지, 아니면 어서 웃을 테니 산책을 가라는 명령인지 헷갈리지만, 아무튼 강아지 ‘잡채’는 멀쩡히 있다가도 애써 웃음을 보인다. 산책할 기미가 보이면!
강아지 ‘잡채’와 함께 하는 1시간 여 동안 음악을 들을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오로지 강아지에게만 집중한다. 강아지‘잡채’의 발걸음을 눈여겨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나무가 만들어 내는 그늘에서, 꽃향기 맡으며 강아지‘잡채’와 나란히 걷는 길이 곧 꽃길이다.어수선하고 복잡한 세상 속, 오늘도 참 감사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