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 빗 속의 출근하는 날
후두둑 떨어지던 비가
가닥가닥 들을 새도 없이 왕창 퍼 붓는다.
양철 지붕이라면 아마 이런 소리가 났을까?
차창 밖 갑자기 퍼붓는 비는
몇 배속 빠르게 감기 버튼이 되어
삽시간에 세상을 분주하게 만들어 버린다.
행여 세상 보이지 않을까 노심초사 움직이는
차창 와이퍼는 우리 가족 누구와 꼭 닮아 있다.
신호 대기로 얻은 잠깐의 시간에
차창 밖 비 퍼붓는 세상은 온통 내 가족들로 가득 차 움직인다.
까만 머리 더 까매진 채 흠뻑 젖어 달리는 저 고등학생은,
종종 걸음으로 노란 우산 쓰고 유치원 차에 오르는 저 귀염둥이는,
양복바지 다 젖은 채 바삐 횡단보도를 지나려는 저 중년의 남자는,
비바람에 춤추는 우산 이기지 못 해 이리저리 몸 놀리는 저 할머니는,
지금,
어딘가에서 이 퍼붓는 비를 이겨내고 있을 우리 가족들 모습이다.
모두들 축축한 물기 털어내고 무사히 일상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기를,
초록불 켜지자 나도 이제 저 빗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