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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Sep 17. 2021

'사료값 벌이'의 진지함

잘 먹고 건강해라!

 배부른 소리라고 핀잔을 들어도 할 수 없다. 이미 강아지 ‘잡채’는 가족이니까, 그것도 아주 귀엽고 어린, 우리가 돌봐야 할, 고마운 아기이기에. 매일 우리 가족을 웃게 하고, 선한 눈빛으로 정화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한 마디로 강아지 ‘잡채’는 엄청난 밥값을 하고 있다는 말씀이다. 고로 비싼 사료를 먹을 충분한 이유 있다는 것!

닭! 고기~~~~

 강아지 ‘잡채’가 요즘 사료를 잘 먹지 않고 남기는 일이 자주 생기자 딸들은 이제야 ‘잡채’의 사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3년 동안 무탈하게 먹어온 사료를 살펴보더니 나를 마치 무슨 개권유린이라도 한 양 눈빛을 보내며 서로 좋은 사료를 검색한다고 호들갑이다. 그러더니 ‘6가지 Free, 유기농 원료, 업그레이드, 오메가’ 등의 단어로 가득 찬 값비싼 사료를 주문했다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핸드폰에 비친 사료의 가격에 놀라며 관련 상품 평을 읽으니 비싸다는 말은커녕 ‘좀 더 좋은 사료를 사 주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는 내용 일색이다.

 흔히 말하는, 밥벌이의 지겨움을 지나 우유 값을 벌어야 하는 고충으로 돈벌이의 애환을 그렸다면, 나는 이제 이 나이에 ‘사료 값을 벌기 위한’ 전략적 돈벌이를 계획해야 한다. 어느덧 성인이 되어 자기 밥벌이를 스스로 해결해야 할 만큼 자란 누나들과 함께 강아지 ‘잡채’의 살만한 견생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딸들의 우유값과 학비를 버느라 평생 애써왔다. 그런데 강아지'사료값 벌'를 마다하지 않고 즐거운 임으떠올릴 수 있다니, 강아지 ‘잡채’가 우리 집 막내로, 사랑둥임이 하다.

 기존 사료 값보다 몇 배나 뛴 가격이지만,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기르는 반려견이기에 간식비 포함 일정 금액기꺼이 마련해야 한다. 소소하게 드는 생활비부터 노견 생활을 대비한 혹시 모를 수술비까지 만만치 않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리라. 나의 건강이 곧 강아지 ‘잡채’ 행복의 선행 조건일 테니 열심히 운동하며 일해야 하리라.

 (쌀보다 커피를 더 많이 소비한다는 나라에서) 쌀보다 훨씬 비싼 사료를 기꺼이 구입하는 요즘 사람으로서  주식인 쌀보다 사료 주문에 더 많이 고민하며 열올리고 있다.

 오늘도 따끈한 살덩이로 나를 녹여주고, 예쁘고 검은  멜로 눈동자로 나를 심쿵하게 한다. 맘마 잘 먹었다고 엉덩이 토닥해 주고, 산책 잘 했다고 머리 쓰다듬어 준다.

 인간과 동물이 이렇게 교감할 수 있다니! 서로에게 위안과 위로를 건넬 수 있다니! 오늘도 너로 인해 행복했고, 내일을 시작할 힘을 얻었다.

 강아지 잡채! 오늘도 밥값 수행 완료.

 엄마는 사료값 벌러 내일도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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