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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Mar 08. 2022

힐링이 따로 없었다, 강아지 놀이터!

인천대공원 반려견 놀이터

 나른한 오후, 한낮의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강아지 '잡채'를 바라보던 한 시간 남짓은 힐링 그 자체였다. 별다른 시설 없이 말 그대로 개 운동장인 흙바닥뿐이었는데도, 목줄을 풀었다는 자유로움이 다른 부족함을 찾을 새 없이 우리를 들뜨게 했다.

 아이들(강아지들)이 뛰어노는 공간 속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만이 가득한 행복의 장소 그 자체였다. (그저 이러고 있을 수 있음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들!

 반짝 자유로웠던 활동이 다시 오미크론으로 얼음이 되자 예전보다 더 견디기 힘들어졌다. 주변으로, 측근으로 오미크론 감염이 조여오자 맥이 풀리고 그동안 무엇을 위해 견뎌왔나 허무하기까지 했다. 풀리지 않는 답답함과 한숨이 가득 차오른 날, 우리는 인천대공원의 개 놀이터를 찾아내었다.

 집에서 5km 정도 떨어진, 평소 자주 가는 공원이지만, 개 놀이터의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무엇보다 긴장하는 강아지 '잡채'를 어찌 달래 자동차에 태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으나... 일단 도착만 하면 강아지 '잡채'가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기대감으로 차에 올랐다.

 역시나 자동차 탑승에 익숙하지 않은 '잡채'는 무서움에 바들바들 떨며 침을 꼴깍거리기 시작했고, 있는 대로 크게 벌린 입으로 연신 헥헥거리며 숨을 몰아쉬는데... 다행히 침은 흘리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침을 아주 많이 흘려 패드가 흥건할 정도였다.)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아이들은 안쓰럽다며 더 소란스럽게 호들갑을 떨어 자동차 안은 1남 3녀들(세 자매+개 아들)로 난리법석의 장이 되고 말았다.

♡ 인천대공원 정문 출입 시 오른쪽 주차장(제1주차장) 너머 축구장 방향에 위치해 있다.
♡ 가는 방향은 축구장을 오른쪽에 두고 돌아가야 한다. (축구장 방향으로 직진하면 길이 막힌다.)
♡ 입장은 무료, 강아지 등록증이 필요하다.
♡ 운영시간  : 10:00 ~ 20:00(하절기, 4월~11월) / 10:00 ~ 17: 30(동절기, 12월 ~ 다음 해 3월)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설, 추석 당일,  우천 시  
♡ 소형견과 중 대형견 출입으로 울타리가 나눠져 있다.

 주차장과 가까운 축구장 뒤편으로 보이는 반려견 운동장으직진했다가는 다시 돌아 나와야 한다. 축구장을 오른쪽으로 끼고 디귿자로 돌아 들어가야 한다. 운동장까지 가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강아지 '잡채'를 담기 위해 수없이 카메라를 작동시켰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따스하고 햇빛은 눈부셨다.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모습만으로도 환호성이 나왔다. 수많은 강아지들 틈에서 '잡채'를 보니 우리 아이 성격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겁 많고 소심하고 때로는 이제 아기가 아니라 생각했는데, 영락없는 강아지 모습이었다. 게다가 우리에 대한 애정표현이 늘 약하고 부족하다 여겨 시크한 강아지 '잡채'라 수식했는데 어느새 우리에게 다가와 낑낑거리며 폭풍 애정표현을 하니 우리 마음은 몽글몽글 녹아내렸다.

 사람이나 강아지나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은 늘 하늘을 날게 한다.

 마치 오래전, 딸들을 놀이터에 데리고 나가 놀게 할 때, 순간마다 힐끔거리며 엄마의 존재를 확인하고, 다시 안심한 듯 친구들에게 달려가 놀다가, 우리 엄마 저기 있다, 자랑하며 웃음 주던 그때를 오늘 강아지 '잡채'를 보며 느꼈다.

 활발하게 운동장을 뛰며 앞장서는 아이, 처음 보는 나에게 다가와 엉덩이를 비비대는 아이, 강아지 '잡채'만 따라다니는 아이, 울타리 너머 소형견에게만 관심을 두는 아이, 엄마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아이, 큼지막한 몸을 땅에 부비며 발라당 누워있는 아이 등등,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강아지가 없다. 레트리버, 웰시코기, 푸들, 진돗개 등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는 공통된 입장이 이심전심으로 느껴져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잡채와 설탕이...어디를 보고 있는 거니?
요 귀요미를 어쩔 것인가!

 처음이라 머뭇거리는 '잡채'를 위해 나도 뛰어다니며 놀았다. 여기저기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리다가도 우리에게 다가와 사랑을 확인하는 강아지를 위해서 이 무거운 몸을 운동장에 띄우다시피 하며 땀이 나도록 뛰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아지들에게 다가가 킁킁거리며 어울리는 모습이 기특하기만 했다.

 학기 초 업무로 지친 첫째도 마음이 풀렸는지 다음 주에 또 오자고 약속을 건넨다. 그저 강아지들과 어울리며 한 공간에 있었을 뿐인데 우리는 얼마나 큰 평안을 얻어 는가? 자연이 주는, 반려동물이 주는 값진 선물이다. 강아지 띠 첫째 딸과 강아지 아들이 햇빛 아래서 눈빛으로 교감하여 웃는다.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아까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늘어진 강아지 '잡채'가 우리에게 또 웃음을 주고, 우리는 또다시 그곳을 방문하자며 약속을 한다. 봄바람, 햇빛, 강아지, 운동장, 웃음, 가족... 즐거움 가득이다.

 

놀이터 가기 전, 무서워요. 헥헥!
놀이터 다녀온 후, 저 왜 편안하죠? 무슨 일이 있었나요?
엄마, 안전운전~♡
또 왔어요~~
오늘은 핑크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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