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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Mar 29. 2022

강아지, 아프지 않도록 더 사랑하고 잘 돌볼게!

넌 내 사랑이고, 우린 가족이니까!

 생애 처음 반려인으로서 강아지 '잡채'를 만난 것은 참 행운이다. 강아지 교정 관련 TV 프로그램에 별의별 견성의 강아지들이 등장하여 반려견주들의 애타는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전해질 때면 순하고, 똑똑하고, 귀여운 강아지 '잡채'가 더없이 대단해 보인다.

 먹이를 더 달라 고집부리지도, 사람 물건을 못 쓰게 망가뜨리는 일도, 배변 실수(심지어 공복토를 할 때도 참았다 베란다로 나가서 하는)도, 나의 말을 거스르는 일도 절대 절대 없는 복덩이 강아지이다. 산책하고 돌아와 현관(발 닦기 대기 중)에서 센서등이 몇 번을 깜박거려도 혼자 어둠 속에서 나의 지시를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기특한 강아지이니, 강아지 '잡채' 사랑은 갈수록 더 짙어지기만 한다. 게다가 시골 누렁이 스타일이라 잔병치레 없이 우직한 건강미까지 보여주는 정말 듬직한 강아지 '잡채'였는데... 강아지가 병이 났다.

고생 많았다, 우리 강아지

 처음에는 강아지가 콧방귀까지 뀐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알고 보니 기침과 재채기였던 것이다. 미리 알아보지 못하고 놀리기까지 했으니... 정말 미안했다. 뜨끈뜨끈한 몸이 40도 이상의 고열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는 말하지 못하는 짐승의 안타까움에 마음이 더 저렸다.

♡ 20Kg 가까이 나가는 강아지를 번쩍 안고 갈 수 없었다.
♡ 105동 단지를 돌면 동물병원 방향임을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선 절대 갈 수 없다 안간힘을 쓰는 강아지 '잡채'와 병원행은 쉽지 않다.
♡ 소심한 완전 쫄보 '잡채'는 바들바들 떨며 동물 병원에서 초긴장 상태로 병원 출입문 쪽으로만 향했다.
♡ 3일 약을 처방받아 하루치를 가까스로 먹였는데, 이후 10여 차례 모든 것을 게워냈다, 고통스럽게!
♡ 토하고 열나고 재채기하고... 탈수 증상까지 나타났다.
♡ 혈액검사 결과 특정 부분의 염증 수치가 엄청 높게 나와 우리를 긴장시켰다.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밤에도 낮에도 우리를 괴롭히지 않고 혼자 조용히 참아내는 모습에 마음이 한없이 슬퍼졌다. 얼마나 괴롭고, 힘들까? 혹시 품고 있는 대단한 병을 방치한 것은 아닐까?

 사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키울 때처럼, 그냥 지나가는 감기려니 하며 천천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호들갑 떠는 딸들의 등살에 밀려 동물병원을 찾았기에 (다행히 현재 별일 없이 지나쳐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혈액 검사하느라, 괜한 약을 먹이느라 고생시킨 것을 생각하면 2번 진료에 40만 원을 들인 것이 참 의미 없게 느껴진다.(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누군가에게는 생계비에 해당할 만큼의 액수이기도 할 텐데...)

 필요한 검사이고, 합당한 진료비겠지만 사실 시간이 해결해준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평소 사람 감기도 '병원 가면 일주일, 안 가면 7일' 고생한다는 생각으로 버텨보는 나이기에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3일 치 약은 봉지 채 그대로 남아있고, 토하느라 개고생을 한 강아지는 볼살이 홀쭉해지고 눈이 쑥 들어가 버렸다.

많이 아뽀? 강아지!

 강아지 '잡채'가 병이 나자 우리 가족은 모두 자기반성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무엇이 강아지 '잡채'를 아프게 했을까? 심지어 지난주, 신나게 찾았던 개 놀이터 출입도, 즐겨 먹던 달걀노른자도, 털을 빗어내던 빗질도 모두 의심의 도마 위에 올렸다.

 좋기만 한 시절을 넘어 이제 우리가 감당해야만 하는, 이겨내야만 하는 후일까지 떠올렸다. 늙고 병들어 나약한 강아지가 되면, 더 이상 재롱도, 더 이상 초롱한 눈빛도, 활발한 움직임도 없어질 텐데...

 

 마음을 굳건히 잡아야만 했다. 감당할 수 있는 통장도 두둑해야 했다. 병원 다녀오는 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한 20층 아주머니의 관심과 다독임을 한참 생각했다. 17년 채 기르고 있다는 강아지, 수술비로 몇 백을 지출했다는 이야기, 곧 보내야 할 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이 미어진다는 글썽임... 모두, 우리 가족이 감당해야 할 강아지 '잡채'와의 '우리 이야기'인 것이다.

언제나 이렇게 웃을 수 있다면...

 어쩜 우리 가족은 지금, 강아지 '잡채'와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모른다. 웃음, 건강, 귀여움, 재롱만이 가득한 꽃동산에서 그저 웃을 수 있는 좋은 시절 속에서. 그러나 꽃향기가 좋다고 마냥 향기만 취할 수 없듯이 꽃 피는 지금 오히려 꽃이 떨어질 때를 더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강아지 '잡채'를 영원히 사랑하고 책임지겠다고 해 놓고서는 혹시 수백만 원의 수술비 앞에서 머뭇거리기라도 하면, 그런 나를 나는 얼마나 경멸할 것인가? 사랑하는 마음이 경제적 무능력으로 무너지면 어쩔 것인가? 절대... 도리질을 하면서 강아지 '잡채'에 대한 나의 사랑이 견고함을 다짐하고 살핀다. 풀어지려는 마음을 다잡듯이... 예쁠 때만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부족한 사랑이다. 더럽고 냄새나고 귀찮아도 감당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이기에 우리 강아지를 다시 안으며 속삭인다.

 잡채'야 아프지 마~, 아프지 않도록 더 사랑하고 잘 돌볼게. 혹시 그날이 와서 나를 힘들게 할지라도 오늘의 기쁨과 귀여움을 떠올리며 너를 잃지 않을게! 네가 바라보는 그 눈빛마다 보험을 쌓아 널 감당할 수 있는 준비를 하루라도 거르지 않을게! 넌 내 사랑이고, 우린 가족이니까! 사랑해, 잡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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