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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Apr 16. 2022

강아지 '잡채'가 삐진 날!

가족들이 이상해요.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마음을! 화나지 않았다고, 변하지 않았다고, 언제나 너를 사랑한다고...


 결국 우리도 파국을 맞았다. 버티고 버텨온 2년 여 동안... 그러나 오미크론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남편이 하루 동안 몸살을 앓고 확진된 후 나머지 가족이 PCR 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받았을 때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결국 무너졌다. 막내의 확진으로 시작된 가족 릴레이 감염은 모두를 확진자로 만들어 버렸다. (다행히 첫째는 무사하다)  서로를 지키기 위해 철저히 격리하려 노력했으나 이것이 무너지자 포기하는 마음(이왕 베린 몸...)으로 자가격리 기간을 마음이라도 편하게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강아지 '잡채'가 있었다. 우리가 왜 멀어져야 하는지, 우리가 서로 쓰다듬고 싶어 하는 마음을 왜 참아야 하는지 아무리 설명을 해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강아지가 있었다. 최대한의 거리 유지와 최소한의 접촉으로 첫째를 지켜내기로 하면서 다가오는 강아지 '잡채'를 밀어내야만 했다.

 강아지 '잡채'의 안전을 위한 우리의 거리두기를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단 말인가! 나만을 바라보고, 나만을 생각하는, 내가 우주인 강아지 '잡채'의 어리둥절을 어떻게 위로해 줘야 한단 말인가!

♡ 부단히 드나들던 안방 문이 눈앞에서 닫혔다. 꼬리는 한없이 내려갔다.
♡ 닫힌 문으로 엄마 목소리는 들리는데 도통 엄마는 나오지 않는다.
♡ 안방 문 앞에서 낑낑거려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 아무리 공을 물어다 줘도 엄마는 받지 않는다.
♡ 머리를 비벼대며 애정 표현을 하려는데 감동은커녕 밀어낸다.
♡ 잠을 잘 때도 혼자 거실에 내버려 둔다.
♡ 예쁘다고 쓰다듬어 주지 않는다.
♡ 심지어 며칠이 지난 것 같은데 산책 나갈 생각을 안 한다.
♡ 하루 종일 엄마가 집에 있어서 감동인데 놀아주지 않는다.

 안방 문 앞에서 낑낑거리는 소리와 찹찹거리는 발소리를 들을 때면 귀여워 죽겠는데, 어서 문을 벌컥 열고 강아지 '잡채'를 마음껏 안아주고 싶은데...그럴 수 없음이 그저 안타까웠다.

가족들이 이상하다.

 표정으로 말하는 강아지 '잡채'는 마음속으로 얼마나 많은 갈등과 의문으로 고생했는지 우리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움과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더니 급기야는 완전 삐졌음을 드러냈다. 3일 정도가 지나자 불러도 대답도 안 하고, 거실 소파에서 혼자의 시간을 이겨내는 등 전에는 보지 못한 행동으로 감정을 전했으나 그것마저 너무 귀여웠다. 우리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인 줄 뻔히 알면서도 강아지 '잡채'는 언제나 귀엽다. 그것도 미칠 정도로!)

삐졌다.

 우리의 일주일은 강아지에게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일 텐데....

 혹시나 엄마의 사랑을 의심하여 우울감에 빠지면 어쩌나! 가족의 무관심을 오해하여 커다란 상처를 남기면 어쩌나!
도대체, 나에게 왜 이래요?
나, 삐뚤어 질 테야!
완전 삐졌거든요.
저, 화났어요.

 역시 강아지'잡채'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매우 영특한!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고 우리의 진심을 오해 없이 이해하는...우리가 아프다는 것도 알고 있는...

에휴! 에라~~모르겠다.

 시간이 흘러 우리의 증세가 호전됨에 따라 강아지와의 심리적 거리도 좁혀지고 있다. 아직은 편안하게 강아지를 안을 수는 없지만 눈과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지금도 내가 가는 곳 어디든 따라와 선한 눈 맞춤으로 나에게 애정을 보내는 이 털북숭이를, 하루에도 백만 번 귀여워를 남발하게 하는 이 귀염둥이를.... 제발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켜주소서.
이래도, 저를 패싱할 거예요?
잡채야! 널 언제나 사랑해.
식구들은 다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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