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날에는 말캉말캉 주꾸미 샤부샤부

by 도시락 한방현숙

요즘 주꾸미가 제철이라더니 동네 길거리 생선가게 좌판에 주꾸미가 한가득이다. 아무 생각 없이 주꾸미를 고르고 계산을 하는 동안에도 다른 통의 주꾸미들이 연신 시선을 끌었다. 강력한 빨판의 힘으로 살아 나오려 애쓰는, 벌건 고무통 안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이 나는 살아있다,를 몸부림치는 듯했다. (그래서 감당할 수 있는 죽은 생물 주꾸미를 샀다.)

'주꾸미 샤부샤부' 요리를 추천하던 생선가게 주인의 말대로 요리 레시피를 떠올린 후 장바구니를 열어보니 그 많은 채소 중에 딱 필요한 미나리와 숙주, 청경채가 빠져 있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어, 요리 의욕을 잃은 채 주꾸미를 봉지 채 냉장고에 넣어 버렸다가 월남쌈으로 함께 해 먹자는 둘째 제안에 따라 주꾸미를 다듬기 시작했다.

♡ 주꾸미 1kg을 18,000원에 구입했다.(산 주꾸미는 1kg에 27,000원)
♡ 머리에 가위를 넣어 내장을 골라 버리고 눈과 입도 정리했다. (내장 위에 붙은 하얀 알 주머니는 잘 발라내어 따로 둔다.)
♡ 밀가루를 뿌려 빨판에 붙은 이물질이 제거되도록 빠득빠득 주무른 후 깨끗이 씻는다.
♡ 다시마와 버섯으로 샤부샤부 국물을 내었다. (마늘과 액젓, 소금, 후추를 넣어 간을 맞춘다.)
♡ 냉장고에 있는 채소(배추, 양파, 버섯 등)를 꺼내 샤부샤부 국물에 넣어 맛을 내었다.
♡ 국물이 끓어오르면 주꾸미를 넣어 살짝 익혀 질겨지기 전 바로 꺼내 먹는다.
♡ 집에 있던 각종 채소(오이, 양파, 파프리카, 적양배추 등)를 썰어 월남쌈으로 싸 먹는다.
♡ 라이스페이퍼에 싼 채소를 땅콩소스, 칠리소스, 청량고추지 등에 찍어 먹으니 더 맛깔스러웠다.
♡ 닭가슴살도 추가했는데 역시 주꾸미 맛을 따라오지 못했다.
♡ 마지막에는 식당에서 하듯 국물에 밥과 라면을 넣어 죽을 끓여 먹었다. (비주얼에 비하면 정말 놀랄만한 맛있는 마무리다.)
밀가루를 뿌려 조물조물, 빠득빠득 주물러 해감한다.
말갛게 씻어 신선하고 깨끗한 주꾸미
보글보글, 와글와글 주꾸미 샤부샤부!
다시마만으로 국물을 만들었다.
라면 + 밥= 죽밥, 와~ 맛있다.

한 상 푸짐히 먹고 나서, 다시 또 뉴스에 제철 음식으로 소개되는 주꾸미를 마주한다. 제철 음식에 담긴 영양가를 놓치지 않고 활용한 선조들의 지혜가 새삼 감탄스럽다. 봄에는 주꾸미, 가을에는 낙지로 철마다 풍부한 먹거리가 있음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뉴스를 보다 궁금증이 더해 주꾸미에 대해 다음 백과를 찾아보니

♡ 문어과에 속해 문어와 비슷하나 크기는 낙지만하고 다리는 낙지에 비해 짧다.
♡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 일본 등 태평양 연안에 분포한다.
♡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나올 만큼 주요 식재료로 관심을 받아 왔다.
♡ 필수 아미노산과 타우린, 불포화지방산 등이 많다.
♡ 간 기능을 개선하고 시력 회복과 근육의 피로 해소에 효과가 있다.
♡ 철분이 많아 빈혈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 돼지고기와 음식 궁합이 좋다. 주꾸미의 쫄깃한 맛과 돼지고기의 고소함이 잘 어울린다.
♡ 돼지고기의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주꾸미의 타우린이 낮추어 줘서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미나리 없이 먹은 주꾸미도 이리 맛있는데, 채소를 제대로 갖춰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생선가게를 들를 생각을 해 본다. 쫄깃쫄깃한 식감과 부드러운 말캉함이 주꾸미의 큰 매력이다. 영양가도 높은 데다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하다니 안 먹을 이유가 없다. 봄이 와서 반갑고, 주꾸미를 먹을 수 있어서 고맙고... 코로나 오미크론으로 정신없이 맞이한 3월! 불안감을 무엇으로든 해소해 보려 한다.

지난 번 월남쌈-샤부샤부 식탁에 주꾸미를 추가하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