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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불 때, 대구탕

찬바람은 불지도 않는데, 갑자기 대구탕!

by 도시락 한방현숙

갑자기.. 대구탕을 끓였다. 오징어를 사러 들른 생선코너 사장님이, 원래 2마리에 만원인데 9,000원에 가져가라며 대구를 가리킬 때, 아니라며 고개를 저어 놓고는 오징어 다듬는 동안, 이것(대구)도 같이 주세요,라고 말해 버렸다. 오징어도 생선가게 근처를 지나다 여러 날 냉장고에 있는 쪽파(해물파전으로 싹쓸이 하려는)를 생각해 혹시 몰라 샀는데 게다가 뜬금없이 대구(大口)라니...

대구탕을 끓여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찬바람도 불지 않았고 음주 후 해장이 필요한 아침도 아니고... 지칠 대로 지친 이 늦은 저녁시간에 갑자기 대구탕을... 그러나 이미 생선은 내 손안에 들어와 있었다.

♡ 냄비에 물을 여유 있게 붓고 납작하게 썰은 무를 넣어 끓인다.
♡ 다시마와 양파(1/2개)를 넣는다.
♡ 대구 2마리를 도막 내어 넣는다.
♡ 청주, 마늘, 액젓,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고춧가루를 얼큰하게 넣는다.
♡ 두부도 알맞은 크기로 썰어 넣는다.
♡ 대파와 청양고추를 넣는다.
♡ 팽이버섯을 얹어 끓여낸다.

아무 생각 없이 집에 있는 채소와 양념을 넣어 대충 끓였는데도 먹을 만한 맛이 나온 게 신기했다. 대구살은 예상대로 부드러워 살살 녹는 듯했고,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로 맛을 낸 칼칼한 국물은 정말 시원했다. 대구에 대해 검색해 보니

♡ 대구의 한자(大口)가 이리 쉬울 줄 몰랐다.
♡ 이름대로 입이 크고 턱에는 잘 발달된 수염이 있다.
♡ 고등어 청어, 가자미를 잡아먹는데 심지어 자기 새끼를 먹기도 한다.
♡ 동해계 대구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거제도 진해 연안으로 이곳 대구가 유명하다.
♡ 대구는 우리 민족이 즐겨 먹는 어류로 주로 소금을 넣지 않은 건제품, 통대구로 가공하여 먹는다.
♡ 동의보감에서는 고기의 성질이 평하고 맛이 짜고 독이 없다. 먹으면 기운을 보하는데 내장과 기름의 맛이 좋다고 전한다.
♡ 연안 대구는 어획이 나날이 감소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 자원을 보호할 목적으로 금어기간을 설정하고 있다.
♡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량이 낮아 건강에 좋은 대표적 생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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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이나 쑥갓이 있었다면 더 담백하고 맛난 대구탕이었을 테지만 그럼에도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맛을 살려내 괜찮았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 대구 볼테기 찜이나 지리탕을 먹으러 인천 동춘동에 자주 간 때도 있었다. 어린아이들도 담백한 지리의 맛을 즐기는 듯 호호 불며 잘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집에서 대구를 먹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다른 반찬 없이 국물 하나로 후다닥 저녁을 먹으려니 남편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소주잔을 찾는다. 봄바람 부는 늦은 저녁, 갑자기 만든 대구탕이었지만... 역시 대구탕은 대구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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