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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채전’인가? ‘씬 피자’인가?

by 도시락 한방현숙
요깃거리! 급해요.

퇴근하자마자 쌀을 안쳤는데 취사 버튼이 완료되려면 아직도 20 여분이 남아있다. 그 새 큰아이가 배가 고프다며 주방을 들락거리니 뭐든 빨리 만들어야 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바쁜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인 (하루) 일과를 쏟아내며 연신 먹거리를 찾으니 짠한 마음까지 들어 냉장고 문을 바삐 열었으나 특별한 재료가 있을 리 없었다. (장을 본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니) 딱 한 알 남은 감자를 꺼내 무엇을 할까 궁리하다, 간단하게 요기하기에 딱 안성맞춤인 감자요리를 떠올렸다. 함께 먹을 달걀찜 익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감자채전’ 레시피를 검색했다. 말 그대로 뚝딱 만들었는데, 대성공이다. 게다가 양파도 없어 정말 감자만 넣었는데 부족함 없이 맛있다.

♡ 큰 감자 하나를 채칼을 이용해 아주 얇게 슬라이스한 후 채 썰었다.
♡ 전분을 살짝 뺀 다음 소금, 후추 간을 하여 프라이팬에 볶았다.(마늘도 살짝 넣어)
♡ 양파나 베이컨을 함께 볶으면 더 맛있다는데 아쉽게도 양파도, 베이컨도 없었다.
♡ 볶은 감자채를 잘 펴서 둥근 모양을 만든 후 새우를 볶아 위에 얹었다.
♡ 모차렐라 피자치즈를 넉넉히 올려 불을 줄이고 은근히 익혀 완성했다.
♡ 밑은 식용유에 바싹 구워져서 고소하고, 위는 늘어지는 치즈에 담백한 감자 맛이 일품인 요깃거리가 금방 만들어졌다.
감자채전? 씬 피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동그랗게 뜰 정도로 훌륭했다. 다양한 재료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제대로 만든다면 더 맛있겠지. 그런데 내가 만든 것은 ‘전’인가? ‘씬 피자’인가? 또띠아(토르티야)가 없는데 또띠아 맛이 나고, 식용유에 구웠는데 버터맛이 난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ㅎㅎ 아무튼 맛있다.

짜잔! 완성된 모양이다.
냉동실에서 바로 꺼낸 칵테일(cock-tail) 새우가 잘 익을 줄 알았다. 아니다. 따로 볶아 얹었다.
보기보다 맛은 진짜 최고다.
파삭! 그리고 쫀득쫀득!
감자채전인듯, 씬피자인듯
며칠 뒤, 양파와 피망을 추가하여 다시 요리!
이때도 베이컨은 없었다.
토핑으로 얹은 칵테일 새우
출처 -다음 이미지

갑자기 '칵테일 새우' 뜻이 궁금해 찾아보니 헉! 이런 뜻이라니... 놀랐다가 여러 가지 설이 있음을 알고 더 궁금해졌다. 그동안 새우를 사며 '칵테일'이란 글자를 볼 때마다 언제나 술을 떠올렸는데 남이 다 아는 것을 나만 모르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수탉 꼬리 단어에)로 놀라다가 또 다른 뜻이 있음을 알고 검색을 이어갔다.

1.cocktail shrimp-껍질과 내장을 제거한 후 꼬리부분만 남긴 새우 (cock는 수탉, tail은 꼬리) 모양을 이르는 말이라는 설.
2. 삶은 새우를 케첩이나 매운 소스에 찍어먹는 요리를 칵테일이라 부르는데 이와 관련된 명칭으로, 칵테일파티용으로 쓰이기 때문이라는 설.
3. frozen cooked shrimp-익힌 냉동 새우라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설. 오히려 cocktail shrimps는 잘 사용하지 않는 영어단어이다.

왜 새우에 '칵테일'이란 명칭이 쓰이는지 궁금한 이들이 나처럼 많았나 보다. 1번과 2번 내용 중 어느 것이 맞는지 궁금증은 가시지 않았으나, 통통하게 살이 오른 '칵테일 새우'가 비싸다는 것, 또 그만큼 맛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잘 알고 있다. ㅎㅎ

내친김에 다음날 호박채전을 만들어 보았다.(하나 남은 감자도 이제 없으니) 끈기가 없어 늘어지는 거 빼고는...역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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