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락 한방현숙 Oct 13. 2022

올해도 방송 출연 완료!

ㅎ ㅎ ㅎ

 내용에 비해 제목이 매우 거창하지만 그래도 내게는 큰일이라 또 재미진 일이라 무릅쓰고(?) 이렇게 쓰기로 했다.


2020, EBS TV에 출연

 2020년 봄, 생전 처음 접하는 팬데믹으로 우리 모두가 우왕좌왕할 때 EBS TV에 출연했었다. 아이들은 6월이 되어도 아직 등교하지 못했고, 낯선 학교 상황과 익숙하지 않은 원격수업으로 교사들까지 허둥대고 있을 때였다.

 에듀테크에 낯선 교사의 모습으로 학교현장에서의 고충을 전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생전 처음 마주하는 방송 녹화 현장에서 느낀 짜릿한 긴장감과 신선한 경험은 며칠 동안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한 달여를 기다려 방송된 프로그램을 지인들과 본방 사수하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 생각보다 길게 13분 여 동안 나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 토/일, 이틀에 걸쳐 나의 영상과 이야기가 프로그램에 삽입되어 방송되었다.
♡ 출연료로 받은 22만 원을 기념하기 위해 학교에서 수박파티를 하였다.
♡ 지금도 가끔 생각나면 ebs에 들어가 다시 보기를 클릭하는 것은 나만 아는 비밀


 녹화 현장에 함께 갔던 남편에게도 무척 재미있는 일이었나 보다. 내 앞에서는 팔불출의 모습을 감추려 하지 않는 남편(자기의 편의를 취하기에 아주 좋은 때마다)은 2021년이 시작되자,

 이제 슬슬 방송국에서 연락 올 때가 되었는데... 연락 온 데 없어?


라며 나를 붕붕 띄었다.


2021년, KBS 라디오 '조우종의 FM 대행진' 목소리 출연

 2021년 12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겨울이 되니 마음이 더 스산하고 추웠다. 나의 갱년기 절정과 코로나 시기가 맞물리자 정말 버티기 힘든 날이 계속 이어졌는데, 모든 신체적 기능은 떨어지고, 거울에 비친 얼굴은 보기도 싫고, 바람에 낙엽 떨어지듯 내 삶도 활력을 잃은 듯했다.

 출근 시간마다 KBS 라디오 방송 '조우종의 FM 대행진'을 즐겨 듣고 있었는데 이곳에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코너가 있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자신에게 마음을 전하는 코너인데, 다른 이들처럼 나도 2021년 내내 늙느라 애썼던 나 자신을 다독이고 싶어 나의 목소리를 담아 보았다. 갱년기로 고달픈 시간을 정리하고 늙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다짐하듯 떨리는 목소리로 녹음을 했다.

 목소리 응모를 하고 잠시 잊었는데, 2021.12. 27일 아침에 방송이 된 것이다. 아쉽게도 여행 중이라 본방으로 듣지 못했다. 방송으로 듣는 내 목소리는 다른 이의 그것처럼 낯설었지만 여행지에서 친구와 깔깔거리며 다시 듣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조우종 아나운서가 내 이름을 언급하며 멘트를 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고 라디오 방송에 응모해 당첨된 것이 처음이기에 더 신이 났다.  출연 상품으로 받은 고급 헤어드라이기는 아직도 상자 속에 얌전히 대기하고 있다.

 지인들은 방송에 재미라도 붙였냐며 농담을 건넸다.


2022년, KBS 라디오 '조우종의 FM 대행진' 목소리 출연

 2022년이 왔다. 봄에는 온 가족이 코로나에 감염되는 등 여전히 답답한 코로나 시절을 보냈지만 조금씩 규제들이 느슨해지며 숨을 쉴 수 있었다. 나 또한 차분하게 나이를 받아들이며 늙어감에 익숙해지니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고 살만해졌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여전히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며  KBS 라디오 방송 '조우종의 FM 대행진'을 듣고 있다. 나에게는 여러모로 유용하고 즐거운 방송이기에 웬만하면 아침을 함께 한다. 애정하는 여러 코너의 진행자(개그맨 안윤상, 김범준 기자, 이태성 강사 등)들이 정말 매력적인데, 작년에 목소리로 응모했던 코너는 '마음의 소리'라는 이름으로 새단장을 하고 직장 상사나 친구들에게 시원하게 호통을 치거나 비판, 때로는 부탁이나 전하고픈 감사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코너 역시 애정하는 마음으로 아침마다 위안을 얻고 있는데, 마침 큰소리로 일갈하고 싶은 사람이 생겨 다시 나의 목소리를 담아 보내기로 했다.

 막내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게 되면서 많은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주휴수당, 임금체불, 고용노동청, 폐기, 선입선출... 등! 고단함과 어려움이 묻어나는 알바생들의 생활을 알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젊은이들에게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 꼼수 부리는, 임금체불을 일삼는 우리 동네 편의점 사장님에게 한 말씀하고 싶었다. (제대로 고용주의 역할을 하는 상식적인 사장님이 당연히 많이 계시지만...)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으로 목소리를 담아 '마음의 소리' 코너에 응모했다. 이번에는 사전 안내도 받지 못해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있었는데, 방송 중 내 목소리가 갑자기 흘러나오는 것이다.  2022.9.30 금요일 아침, 실시간으로 흐르는 내 목소리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지만 조우종 아나운서의 따스한 응원과 많은 분들이 댓글로 마음을 보태 용기를 주니 감동 그 자체였다.


 방송과 전혀 상관없는 삶 속에서 때때로 소소한 이벤트 격인 이런 일들이 삶의 윤활유가 되더이다. 유쾌하고 즐거운 일이라 웃음이 절로 나오고 친구들과의 이야깃거리로 안성맞춤이다. 삼 세 번 했으니 이제 충분하지만 말이다. 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현재(지금)를 잘 살아낼 수밖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