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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Nov 28. 2022

인문학 특강 더불어 숲

교육청 원격연수를 통해 신영복 선생을 다시 만나다.

  연수를 들었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주 업무인 교사에게 연수 이수는 흔하디 흔한 일이지만 이번 연수는 달랐다. 교사로서 꼭 들어야 할 의무연수(안전, 청렴, 학폭 예방 등)나 교과, 학급경영 관련 연수를 들을 때와는 다른, 깨달음과 고마움으로 마음이 벅차올랐기 때문이다.

 연수명은 '인문학 특강 더불어 숲'이다.

 교육청 교육 연수원에서 인문학 관련 연수를 듣기 위해 이것저것 클릭할 때만 해도 (연수명의 '더불어 숲'을 보고도) 이 연수의 주된 내용을 잘 몰랐다. 수강신청 후, 1차시뿐만 아니라 15차시 전부가 신영복 선생의 저서와 사상과 서도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 마음속으로 야호를 외쳤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더불어 숲, 처음처럼, 20년의 수감생활, 성공회대 교수 등과 함께 신영복 선생의 얼굴을 떠올렸다.
♡ 여러 번의 책장 정리 후에도 남아있는 책 중에 선생의 저서가 여러 권이다.
♡ 선생의 그림과 글씨는 선명하게 남아 오랫동안 마음을 울렸다.
♡ 고된 감옥 생활 속에서도 삶과 사람에 대한 마음을 어찌 아름답게 키워낼 수 있는지 늘 존경스러웠다.
♡ 2018년 겨울, 돌아가신 지 2주기를 추도하는 전시회(인사동 동산방화랑)를 다녀왔다.

 

 연수에서 쇠귀 신영복 선생소개하는 문장을 읽으니 묵직한 울림으로 마음이 떨려왔다.

♡ 수감 생활을 통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관계론으로 풀어낸 사상가!
♡ 인간과 생명, 평화와 공존의 참 의미를 전달해 온 교육자이자 저술가!
♡ 글씨와 그림을 통해 삶의 가치와 민중 정서 및 시대정신을 예술적으로 담아낸 서화작가! 그리고 시대의 참 스승, 쇠귀 신영복  
1차시- 더불어 숲
"현시대 뼈대와 뿌리는 변하지 말아야 합니다. 뿌리는 튼튼하게 우리가 지켜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뿌리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그 사회를 인간적인 사회로 만드는 일입니다."
2차시-가장 먼 여행, 공부
♡ 공부란 세계와 나 자신에 대한 공부를 뜻한다.
♡ 고전을 읽는 방법은 서삼독(書三讀)이다. 텍스트를 읽고, 텍스트의 필자를 읽고, 독자 자신을 읽는 것이어야 한다.
♡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은 애정과 공감의 공부다.
♡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은 변화와 실천의 공부다.
♡ 변화와 창조는 중심부가 아닌 변방에서 이루어진다.
♡ 변방이 창조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
3차시-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
♡ 문사철(文史哲)은 이성 훈련 공부로 고전문학, 역사 철학을 의미한다.(언어, 개념, 논리)
♡ 시서화악(詩書畵樂)은 감성 훈련 공부다. 세계를 훨씬 풍부하게 담고 자유롭게 전달한다.
♡ 영상서사(映像敍事)는 세계 인식과 전달에 있어서 위력적이다. 그러나 주체를 소외시킨다.
♡ 문사철의 추상력, 시서화악의 상상력, 영상서사의 압도적인 전달력, 그리고 이것의 결정적인 강약점을 유연하게 배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4차시- 시로 만나는 세계
♡ 시경은 채시관이 백성들의 노래를 수집한 민중시가 대부분이다.
♡ 시경의 현실주의와 초사의 이상주의, 이를 잘 조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5차시- 변화와 철학
♡ 오래된 미래, 주역의 사상은 한마디로 변화이다.
♡ 주역에서 발전하는 최고의 관계론은 성찰, 겸손, 절제, 미완성, 변방이다.
♡ 이중 최고의 덕목은 단연 '겸손'이다.
6차시- 공존의 원리
♡ 만세의 목탁, 공자-중국 역사상 최고의 이데올로기로 군림해온 유가 사상, 그 중심에 공자가 있다.
♡ 논어에서 가장 귀중하게 읽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인간관계 담론이다.
♡ 화동(和同) 담론에서 화의 논리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의 논리이면서 나아가 공존과 평화의 원리이다.
7차시 - 물의 철학
♡ 중국 사상은 지배담론인 유가 사상과 비판 담론인 노장사상이 두 개의 축을 이루고 있다.
♡ 노자의 근본 모델은 자연이고, 자연은 스스로 존재하는 최고의 질서, 가장 근본적인 질서다.
♡ 노자의 상편은 도(道)로 시작하고, 하편은 덕(德)으로 시작하기에 도덕경이라 불린다.
♡ 노자가 물을 최고의 선과 같다(上善若水)고 한 까닭은 3가지(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 물은 다투지 않는다. 물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이다.
♡ 물은 민초들의 정치학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실천적 과제이다.
♡ 하방 연대는 낮은 곳으로 지향하는 연대다.
8차시-책과 현실
♡ 법가는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사상으로 법가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법가의 현실성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다.
♡ 법가사상에서 적극적 의미로 읽어야 하는 것은 개혁성과 법치주의다.
♡ 법가는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고 새로운 대응방식을 모색한다.
♡ 법가는 제자백가의 공리공담과 낡은 생각을 비판한다.
9차시- 아름다운 추억의 힘
♡ 청구회 추억은 아름다운 인간관계와 추억의 힘을 보여준다.
♡ 1966년 서오릉으로 가는 소풍에서 꼬마 6명과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 매달 마지막 토요일 5시, 장충체육관 앞에서 만나 독서토론을 하는 등 어린이들과 어울린다.
♡ 1969년 남한산성 육군 교도소에서 사형수로 있을 때 쓴 글이다.
♡ 서오릉으로 가는 길은 진달래처럼 화사한 구원의 시간으로 떠오른다.
♡ 미술 선생님의 작품, 그림 '전장의 아이들'을 보고 모임 이름을 지었다.
♡ 추억은 화석 같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단히 성장하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10차시-누구나 꽃
♡ 하루의 징역을 외치는 겨울 새벽의 기상나팔은 강철로 된 소리다.
♡ 누구든지 주인공의 자리에 앉으면 빛이 난다.
♡ 그 사람의 인생사를 경청하는 것이 최고의 독서이다.
♡  교도소의 문화가 침묵의 문화라면, 교도소의 예술은 비극미라고 할 수 있다.
♡ 비극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 정직성에서 찾을 수 있다.
♡ 당사자의 정직함을 뼈대로 삼고 있는 비극의 구조 자체가 아름다움으로 나타난다.
♡ 감옥은 또 하나의 대학시절, 인간학의 교실, 역사학의 교실, 사회학의 교실이었다.
11차시-함께 맞는 비
♡ 남을 돕고 도움을 받는 일이 경우에 따라서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더 큰 것을 해치는 일이 된다.
♡ 도움의 이면에는 순수하다고 하더라도 상략적 동기, 정략적 동기, 향락적 동기 등 실상 여러 가지 숨은 동기들이 있다.
♡ 사람은 스스로를 도울 수 있을 뿐이며, 남을 돕는다는 것은 그 '스스로 돕는 일'을 도울 수 있음에 불과하다.
♡ 동정은 측은지심의 발로로써 미덕으로 여겨지지만 동정은 동정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정하는 자의 시점에서 자신을 조감케 함으로써 탈기와 위축을 동시에 안겨준다.
♡ 자본의 논리와 시장의 논리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모든 인간적 가치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 오늘의 현실 속에서 '나눔'은 사회와 인간을 읽을 수 있는 가장 민감한 코드가 아닐 수 없다.
♡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은 나눔으로써 반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나눔으로써 두 배로 커지는 것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 그런 점에서 나눔은 사랑이어야하고 모임은 봉사이어야 한다.
12차시- 서도의 관계론
♡ 할아버지 사랑방에서 글씨를 배웠다.
♡ 감옥에서 정향 조병호 선생과 노촌 이구영 선생에게서 사사 받는다.
♡ 어머니의 손 편지를 보고 민(民)들의 정서를 담아낸, 궁체와 판본체와는 다른 한글을 쓰기 시작한다.
♡ 서도의 미학은 관계를 중시한다는 것, 관계론이다.
♡ 서여야(書如也), 무릇 글씨는 같아야 한다.
♡ 같다는 것은 물론 글씨의 형식과 내용이 같아야 한다는 뜻이지만 형식과 내용의 조화뿐만 아니라 서예란 다른 모든 예술과 마찬가지로 그 시대의 고민을 담아야 한다.
♡ 그 글씨를 쓴 사람이 그 속에 담겨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13차시-콜럼버스와 인도의 마음 갠지스강
♡ 콜럼버스가 출항한 우엘바 항구는 근대의 출발지, 유럽의 출발지, 세계화의 출발지이다.
♡ 유럽의 근대사는 강철의 논리로 일관한다.
♡ 자본주의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참혹한 희생이 있다.
♡ 바라나시의 강(갠지스강)에 순례자들이 찾아와 인도의 마음, 갠지스강을 길어간다.
♡ 인도가 키워오고 있는 달관의 문화는 탈문맥(脫文脈)이고, 우물을 벗어나는 탈정(脫井)이다.
♡ 한쪽을 수탈해서 자기의 성취를 만들어 내는 근대사회의 기본구조를 직시하기 위해서는 양쪽을 아울러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14차시-지식인의 자세
♡ 하곡 정제두 선생이 강화로 낙향하여 강화학파가 만들어진다.
♡ 양명학의 3 강령은, 심즉리(心卽理), 치양지(致良知), 지행합일(知行合一)이다.
♡ 주자학이 지주들의 정치학이라면, 양명학은 상인계층을 대변하는 사상이다.
♡ 이론과 현실이 모순된다고 느낄 때, 두 가지 대응방식, 첫째는 실사구시의 대응 방식, 현실 중심의 해결책이고 둘째는 진리의 방식이다.
♡ 대응 개념 자체의 의미를 재구성한다. 실사구시는 Hear and Now, 그리고 How!
♡ 진리 방식의 대응은 Bottom and Tomorrow 그리고 Why!
♡ 우리에게 요구되는 지식인상은 전인격적인 개인이 아니라 집단적 지성이다.
♡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 지식인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품성을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하면 단연' 양심적'인 사람이다.
♡ 양심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간학일 뿐만 아니라 그 시대와 그 사회를 아울러 포용하는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15차시-희망의 언어
♡ 석과불식(碩果不食), 씨 과실은 새봄에 새싹으로 돋아나고, 다시 자라서 나무가 되고 숲이 된다.
♡ 역경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엽락, 체로, 분본이 필요하다.
♡ 엽락(葉落)은 환상과 거품을 청산하는 것이다.
♡ 체로(體路)는 구조와 뼈대를 직시하는 것(정치적 자주성, 경제적 자립성, 문화적 자부심)이다.
♡ 분본(糞本)은 뿌리를 거름하는 것이다.
♡ 뿌리가 곧 사람이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그 사회를 인간적인 사회로 만드는 일이다.
♡ 무기수로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겨울 독방의 신문지만 한 크기의 햇볕 덕분이었고, 하루하루의 깨달음과 공부는 살아가는 이유였다.
♡ 자기의 이유(自由), 이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자부심'이기도 하다.
연수를 듣고

 강의를 들으며 선생의 인간성에 감복하고,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는 강인한 현명함에 놀라고, 더불어 나도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된 거 같은 착각이 반갑고 고마웠다.

 사람으로, 자연으로, 낮은 곳으로 향하는 애정과 관심이 지혜로워 여러 번 새겨 들었다.

 

 선생의 일생을 다룬 영상이 12차시 수강 중에 나올 때는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애썼다.

 신영복 선생의 언어는 낮고 고요하지만 풍요로운 성찰과 희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언어이다. 통찰과 지혜를 통해 평화와 민주, 공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영복 선생의 가르침은 어두운 시절을 비추는 등대와 같다고 연수에서는 말한다.

 연수를 들으며, 국어 수업 책 읽기 시간에는 '서삼독()'을 언급하며 아이들과 읽기의 참뜻을 헤아려 보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첫째와는 처음처럼의 의미를 곱씹으며 다독였다. 경쟁과 물질 사회에 치여 상처 깊은 아이들과 자기의 존재 이유를 찾으며 '독버섯'이란 말에 쓰러지지 않기를, 자부심을 갖고 남이 사는 이유에서 자유로워지기를 고민해 보았다. 목표는 선()하고, 과정은 아름다워야 함()을 역설했다. 줄탁동시(茁啄同時)를 언급하며 너희(학생)와 내가 합심해야, 아니 너희의 의지(교사의 말을 따라 줄)가 있어야만 교실의 모습이 인간다움에 가까이 갈 수 있음을 부탁했다.

 연수 이수 후, 오랫동안 책장에 있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꺼내 펼쳤다. 1999년 8월에 구입했다는 메모와 함께 갈피는 세월 따라 빛이 바랬으나, 그 속에 담긴 글과 생각들은 더 선명히 들어왔다. 선생의 저서, 변방을 찾아서, 강의, 담론 등을 다시 서삼독(書三讀)해야겠다는 의지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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