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그 날은 눈이 왔었다.
눈물 흘리는 날에는 어김없이…….
비가 오고
눈이 오고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다니고
늘 그런 풍경으로 변함없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나의 그리운 사람만 사라졌을 뿐이다.
호수에 풍랑이 일지 않는다고,
한 방울의 물이 작은 파문만 만들었다고
존재가 없었던 것이 결코 아니듯
세상은 태연하게 흘러가지만
너무도 냉정하게 변함없지만
나의 가슴에 거대한 풍랑을 일으키고
나의 인생에 거센 동그라미 파문으로 수를 놓던
그 분은 분명 내 곁에 살아 있었다.
내리치는 빗방울 만큼이나 강하게
튀어오르는 물방울 만큼이나 많이
사랑으로
분명 나의 곁에서 살아 움직였다.
이 빗방울 모여 나를 적시고
마지막 한 방울 눈물마저 몰아내면
이제 나는
확연히 달라진 세상에서
조용한 파문으로 수를 놓을 것이다.
(201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