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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빵

by 도시락 한방현숙

잔업이 뭔지 모르던 나이

엄마가 늦게 오는 날이라 알던 나이

TV도 없던 방

문 열고 옥상으로 나가면

허옇게 떠 있는 보름달

어스름 한기 느끼던 밤

저 멀리 둥근달은

기다리는 엄마 얼굴 닮아 있고

엄마 가방 속 빵 생각나게 하는

허기진 보름달 떠 있는 밤

엄마를 기다리는 마음

엄마 드실 밤참 빵 기다리는 마음

두 마음 너무 간절해

도무지

알 수 없었던 내 마음속


잔업이 뭔지 아는 나이

고단한 저녁의 삶이 뭔지 아는 나이

빵 봉지 뜯지 못하고

가방 속에 넣었을 허기진 엄마의 사랑

그 마음 알게 되어

보름달처럼 빵빵하게 차오르다가

다시 처연해지는

지금 이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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