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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안보는 치료(방사선치료)를 이어가고 있어요.

6. 유방암 수술 후 방사선치료기

by Psyber Koo

봄꽃잎 위에 눈이 내리더니 연두잎이 고개를 내밀자 고온강풍으로 인사를 하는 유독 모난 2025년의 4월이다.

내게 4월은 여전히 통증과의 싸움이다. 며칠사이에 봄 겨울 여름이 휘몰아치듯 암환자인 나의 계절도 그러하다.


부지불식간에 암이 왔고 이를 대항하기 위해 실시한 항암화학요법으로 대처할 군대를 잃은 내 몸은 대상포진에 잠식당하고 말았다. 대상포진은 포진도 포진이지만 통증이 관건인데 이놈의 통증이 봄날 날씨마냥 제 멋대로다. 진통제를 먹고 있지만 약빨이 떨어질 때면 어김없이 찔러댄다. 쿡. 어디를 찌를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약 먹을 시간이 다가오면 긴장된다. 낮동안은 그나마 견딜 만 한데 잠자는 동안 덮쳐 들면 어쩔 도리가 없다.

잠을 확 깨우는 통증.

그간 있는지 없는지 몰랐던 내 안의 장기들이 자기 존재를 알리는 소리.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

통증.


유방암은 타입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 했는데, 나의 경우는 부분절제술을 시행하였기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암을 적극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방안으로 방사선치료도 시행한다(할 건 다 하는 내 유방암).

포진이 등에서부터 시작해서 수술부위 바로 아래에도 생겨 방사선치료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방사선종양학과교수님은 전혀 상관없다 하셨다. 방사선치료는 20회가 실시된다 하셨고, 치료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쉼 없이 늘어놓으셨다.


치료는 역시 시간과의 싸움이다. 설명일 이틀 후 모의 CT치료를 위해 들러 잉크로 치료 부위 표식을 했고 첫 치료일까지 지워지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매일 같은 시각 약 10분 소요되는 스무 번의 방사선치료가 시작되었다. 열 번이 넘어가면 정상세포도 영향을 받아 피부 벗겨짐 등이 생길 수 있다 하고 피로감도 느낀다 한다. 그래서인지 치료대기실에는 의자에 가로로 누워계신 분도 계신다.


4월의 날씨가 유난스러워서인지 호르몬약(타목시펜)을 복용하고 있어서인지 땀이 훅 올랐다 내리고 있어 샤워욕구를 참을 수 없는데 조심한다고 하지만 지워지지 않게 유의하라는 표식은 주말이 지나자 옅어졌다. 그러나 흐려진 정도로는 괜찮다. 치료사선생님께서 매번 다시 표시해 주시니 말이다. 내 몸판은 한일자와 열십자가 여기저기 그려져 있어 사이보그 같은 모습이다.

호르몬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하고 있어 딱 이거다 할 인과관계를 찾기는 어렵지만, 피곤함이 상승하고 있다. 운동은 언제나 그렇듯 마음의 부채로 남아있어 치료의 피로감을 이기고 부채를 갚아내고 싶지만 쉽지 않다.


방사선치료실은 예약제이므로 시간이 정해져 있고, 기기침대에 누우면 치료사선생님이 자세를 맞춰주고 치료가 시작된다. 치료라 인식될 만한 것은 큰 기기가 돌아가는 모습과 탈의된 상태로 시간이 흐르니 오소소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뿐.

안내책자에서 본 여러 후유증이 이걸로 생긴다고?라는 의구심이 들정도다.


방사선 치료가 시작되면 기기 위에서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졸기라도 해볼까 싶어 노력해 보지만 졸다가 번쩍하고 몸이 움직일까 염려되기도 하고 은근히 거슬리는 기기소리 때문에 쉽지 않다.

징윙윙.

화학공학을 학부에서 전공하고 향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다 화학반응처럼 비침습적인 방법의 치료에 매력을 느껴 다시 공부한 심리학. 임상심리사가 되어 치료현장에서 느꼈던 여러 현상들을 떠올려본다. 매일 10분 남짓한 이 치료(방사선치료)로 인해 피로감, 피부검게그을림, 피부벗겨짐, 우울감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음에도 표준치료에 속해 실시되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심리치료는 정말 부작용이 적은데 어째서 변방취급을 당하는 걸까. 하긴 그래도 요즘은 예전에 비해 인식이 좋아지긴 했지.

뭐 그 이런 잡다한 생각들을 하다 보면 치료는 끝난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또 만나요 치료사선생님.





옴마 치료실자세랑 유사하네 꼬미. 이와중에도 너모 기여뵤 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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