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록 #3 초보 정원사
주방등으로 썼던 나무 조명은 이사 후 길쭉해진 식탁에 어울리지 않아 복도 통로에 달아서 썼다. 전세집 벽도 나무색이어서,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봄에는 꽃 시장에 자주 가서 하나 둘 씩 모종을 데려왔다. 꽃이 너무 예뻤던 동백 나무를 일 년 정도 키웠다. 신혼집을 열심히 꾸몄던 조잡한 조화들을 치우고 처음 진짜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물 주는 노하우를 몰라서 율마는 갈변해 버렸고 깜파눌라는 꽃 한 번 본 게 마지막이었으며, 아끼던 동백나무마저 너무 애정을 쏟은 나머지 과습으로 썩혀 보내고 말았다.
마을을 따라 흐르던 작은 천변에서 종종 산책을 했고, 집 앞 놀이터를 두고 주원이가 좋아하던 모래 놀이터가 있던 건너편 단지로 육교를 건너 매일같이 원정을 다녔다. 주원이가 세 살에서 네 살이 되던 시기. 아이 하나 키우면서도 매일같이 진을 빼고 밤마다 쓰러져 잤다. 한 계절에 책 한 권 읽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식탁 위엔 늘 책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