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남편, 전 남자친구가 부산 현장에 있을 때 부산에 내려가 함께 여름 휴가를 보냈다. 여기는 한국이고 나는 여성이며 결혼하기 직전 해였다. 엄마, 아빠의 여름 휴가에 꼭 맞추려면 이글거리는, 어딜 가나 붐비는 7말8초로 계획할 수밖에.
⠀
이전까지는 매주 남편이 서울로 올라왔을 뿐 내가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가는 건 처음이었다. 아침 비행기를 예약해 두고는 늦잠을 자고, 택시를 잡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 비행기를 놓쳤다.
그때까지 차 안에서 시원하게 방귀도 뀐 적이 없었다. 설레는 목소리로 지금 어디야? 하고 묻는 남자친구에게 화장실 때문에 비행기를 놓쳤다고 고백하는 심정은 참담했다. 다행히 무사히 다음 편을 잡아타고 부산에 내렸고, 즐거운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
남편이 생활하던 부산의 강서 택지지구에서 당시 새로 생긴 '가거대교'를 건너면 바로 거제였다. 엄마 아빠를 따라 통영에는 몇 번 가 보았지만, 가까운 거제의 바다가 그렇게 아름다운 줄은 몰랐었다. 흠, 남자친구랑 봐서 그랬을까?
부산에서 하루, 거제에서 하루를 묵었다. 유명한 맛집이라는 해물찜 가게 앞에서는 땡볕에, 한 시간을 기다렸다. 극강의 매운 맛 해물찜에, 매운 맛에는 쥐약인 나는 찜질방에 온 아저씨처럼 손을 닦는 물행주로 연신 뒷목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마지막 밤만은 뭔가 근사하게 보내고 싶었지만 그런 말은 못 할 때였고 (그때 이미 4년이나 만났는데도.) 인 당 만 얼마짜리 무한리필 게장 집에 데려간 남편에게 괜시리 툴툴거리다, 막상 게딱지는 열심히 뜯고 나온 생각이 난다.
⠀
부산, 거제, 통영으로 여행을 마무리한 우리는 400km가 넘는 거리를 함께 차로 달려 서울로 올라왔다. 에어컨을 틀어도 내리쬐는 열기를 피할 수 없는 한낮의 고속도로였다. 지금은 해체해 버린 '시스타'의 여름 노래를 열정적인 댄스와 함께 따라 부르며 400km, 다섯 시간의 여정이 지루하지 않았다.
⠀
그 여름이 벌써 8년 전이니, 우린 지금 얼마나 더 멀리 온 걸까? 아직도 갈 길이 꽤 먼데, 여보. 우리 지루하지 않게 가봅시다.
당신 마누라는 먹겠다고 기다리는 거, 고통스럽게 매운 맛은 질색이라는 걸 이제는 잘 알겠지요? 그리고 여행의 끝은 낭만으로 부탁합니다. 나도 차 안에서 방귀는 조금 자제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