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기록 #
스물, 스물 하나, 스물 둘. 너무 어렸던 나이에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사람을 만나
오랜 시간을 그 한 사람으로 인해 불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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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마음 깊은 곳에 방을 하나 만들어 두고
그 시절에 느꼈던 모든 고통과 괴로움을 가득 채워 넣은 후에
다시는 열어볼 수 없도록 자물쇠를 채우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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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에 이미 다 망가져버렸다고 생각했던 인생에
이렇게 좋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알지 못했고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당신을 용서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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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우린 둘 다 어렸고, 서툴고, 잔인했지만
칼을 빼앗아 쥐고 있었던 건 힘 센 당신이었다.
다치고 피를 흘린 건 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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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사과도 요구하지 못하고
세상에서 없어진 사람처럼 숨어 버린 뒤로는
늘 우연히라도 당신을 만나게 될까봐 두려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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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그 방의 자물쇠를 열었을 때
그 안에는 고통도, 괴로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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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낸 상처는 나에게 흉터로 남지 않았다.
삶에 묻은 더러운 먼지를 털어냈을 뿐이다.
나는 당신이 마음대로 정해 두었던 한계를 넘어
보다 나은 사람으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