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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밤 Oct 07. 2020

스물 셋, 나는 제자리

#청춘기록

고맙고 행복했을 뿐인데, 그런 걸 말하고 있었는데 턱밑까지 눈물이 죽 흘렀다. 깜빡이 켜는 소리까지 다 들리는 퇴근길을 목소리로나마 함께 하면서 이상하게 자꾸 눈물이 났다. 당장 내일도 모레도, 이 다음이라고는 자신이 없는 나의 미래. 그런데도 그 목소리만 들으면 한심할 정도로 행복한 기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의 막막함, 두려움, 내 목소리가 왜 작아지는지 내가 코를 훔치고 있는줄도 모른 채 내가 있어서 힘이 된다는 말과 바보같은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벅차오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함에 가슴이 뛴다.

언제까지나 함께 걸어가고 함께 발전할 수 있어야 하는 걸 텐데 언제까지나 우리 계속해서 앞으로 가야 하는 걸 텐데. 나의 막막함, 두려움, 당장 내가 내 어깨로 부딪혀야 할 다가올 날들. 그런데도 그 목소리만 들으면. 내가 있어서 좋다고 웃는 그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한심할만큼 오늘이 그저 행복해지고 마는 것이다.


2009년의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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