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밤 Sep 22. 2020

작은 것들을 위한 마음

토요일 저녁, 집 앞 초등학교 후문 옆 길에서, 전봇대 아래 떨어져 죽어 있는 아기 참새를 발견했다. 참새는 어른 손가락 세 마디보다도 작았다. 어째서 죽고 말았을까. 아이도, 나도, 남편도 안타까움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잘 준비를 하다가 문득 아직 아스팔트 위에 엎드려 있을 그 새가 떠올랐다. 그제야 가까운 흙에라도 묻어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늦었겠지. 누가 모르고 밟아 버렸는지도, 더운 날씨에 개미와 미생물들이 이미 다녀간 후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생각을 떨쳐냈다.

일요일. 친정 부모님을 관악산에서 뵙기로 약속한 우리는 자두 한 봉지와 삶은 달걀, 얼음물을 배낭에 챙겨 집을 나섰다. 어제 왔던 길을 거꾸로 걸어가자 참새가, 있었다. 아무도 밟지 않았으며 조금도 썩지 않은 채였다. '벌레들도 마음이 아파 못 먹었나 봐.' 이야기하며 비닐을 하나 꺼내 여전히 깃털이 보송보송한 참새를 옮겨 담았다.

관악산 자락에 도착한 우리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기슭 나무뿌리 아래 흙을 동그랗게, 조금 파냈다. 그 동그란 구덩이 안에 참새를 가지런히 눕히고, 흙으로 덮은 뒤 그 위로 낙엽을 다시 덮고, 근처에서 주운 나무 막대기로 작은 비석을 만들었다.

산을 거의 내려올 무렵,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비는 다음날 밤까지 요란하게 퍼부었다. 참새를 땅 속에 묻은 뒤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작가의 이전글 시 할머님을 보내드리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