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
저의 누이 중 한 분은 네 달 전쯤에 하나님 곁으로 떠났습니다. 오랜 투병끝이었지만, 많은 분들의 경건하고 간절한 연도 속에서 쉬시다가 지금은 안식하고 계시겠지요. 누님이 떠나실 것을 알았던 저 역시 가끔씩은 헤아릴 수 없는 슬픔에 어쩔 줄을 모르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불쑥 찾아오던 슬픔.
그 삶의 지난한 여정을 알기에, 맡 동생으로서 제대로 챙겨드리지도 못하고, 늘 마음 한편으로만 생각하고, 기도하던 못난 동생이었기에, 너무도 젊은 나이에 떠나시는 걸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웠었습니다.
조카들 역시도 각각 신부님이고, 수련중인 수녀님이다 보니, 누님 혼자서 지냈을 그 많은 날들이 어떠했을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처럼,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 가끔씩 혼자 있을 때 밀려오곤 했습니다.
조카들이 아주 어렸을 때, 그 귀여운 것들과 놀다가 춘천에서 기차를 타고, 나를 향해 배웅하며 손을 흔들던 젊었던 누이의 웃는 얼굴을 뒤로 하고 돌아올 때면, 차장 옆으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일부러 이어폰을 최대로 하고,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를 볼륨을 최대한으로 하고 듣곤 했습니다. 산란한 마음이 사라지도록.
어떨 때는 장흥에 있는 야생초 수목원에 갔습니다. 거기는 작은 계곡 전체가 철쭉꽃으로 뒤덮히고, 전나무가 하늘 높이 팔을 벌리고 서있는 곳입니다. 꽃잎도 하늘을 향해 노래하고, 나무들도 팔 벌려 찬양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지요. 누님이 이런 곳에 갔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거기서는 먼저 가신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마 누님을 맞이하실 것 같습니다. 두 분 다 꽃 좋아하시던 분들이니, 투병중에도 동네 화단에 핀 꽃들 사진 맨날 찍던 누나도 아마 엄마랑 코드가 맞아서, 함께 이런 곳을 거니시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꽃도 지고, 나무도 시들지만, 결국 가장 오랫동안 변하지 않을 것은, 그리운 마음이겠지요. 내가 죽으면 그 그리움도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남은 이삼십년 동안은 변하지 않겠지요. 천국은 물리적으로 구현된 특정 장소가 아니라, 그리워 하는 마음, 사랑하고 애틋해 하는 마음, 그 속에 내려와 앉는 것 아닐까요?
꽃과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그 곳, 맑은 시내가 흐르는 그 곳, 주신 시간을 잘 버텨내고 돌아왔구나, 잘 했다 내 딸아, 그 음성이 들리는 그 곳. 거기서는 마음으로부터 우러 나오는 기쁨의 노래가 절로 흘러나오지 않을까요?
저도 역시 긴 여정의 후반부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다시 한 번 되뇌어 봅니다. 천국이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이미 와 있는 곳, 죽어서 가는 먼 곳이 아닐 거라고 믿어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꽃들보다도, 사람이 더 아름답다고 믿습니다. 닮게 지음받은 형상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