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예찬

1년의 섭리와 수고가 모아진 하루의 기쁨

by 진성민

김장예찬


밭에서 자란 채소들과 바다에서 난 소금과 젓갈들이

기다림 끝에 온통 어우러진다

초록색, 빨간색, 주황색, 하얀색, 그리고 새우젓의 뽀오얀 살색까지

색채가 향미와 함께 섞인다

가을에는 내내 햇볕을 품고 마른 고추를 빻아 모으고

찬 서리맞을 때까지 땅을 품어온 배추와 무우를 다듬어서

여름내내 바람이 잘 드는 곳에서 간수를 뺀

희고 고운 소금을 축복처럼 뿌린다

마늘과 파가 약방의 감초처럼 함께 하고

양념을 골고루 섞는 이마에서 떨어진

땀 몇 방울도 짭짤하게 그 속에 섞이면

이제는 하얀 속살의 배추잎 속으로

빨갛게 숨어들어 서로 익어갈 일만 남았다

그렇게 모두의 손길에서 모양을 낸 한 포기 한 포기가

겨우내 우리 밥상에 올라

우리를 살게 한다

노동을 마치고 온 가장의 피곤을 덜어주는

뜨거운 김칫국이 되고, 두툼한 돼지고기가 담긴

김이 모락모락나는 찌개그릇을 채운다

일년의 수고가 모여 하루 하루를 위로하고

새로운 하루를 살게 하는 작은 기쁨이 되는 겨울준비,


김장을 하면서

뜨거웠던 여름과 아름다왔던 가을을 섞어서

차가울 긴 겨울을 준비한다

모두의 노동이 자연의 선물을 귀하게 섞는 시간,

김장은 아름답다.


2025.11.29.

20251129_105453.jpg 여러가지 재료를 한번에 섞으면 좋으련만, 한가지씩 넣으며 여러 번 섞다보면 땀방울도 떨어져 섞인다.
20251129_111437.jpg 한국인들에게 김칫통은 쌀통과 동격이다!
20251129_125447.jpg 희고 노오란 절여진 배춧잎과 빠알간 김치속은 서로에게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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