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감상 사이

2025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by 클레어

5주간의 독일 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독일에서 뭐가 제일 재밌었어?" "미술놀이!" 둘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외쳤다.


그 많은 성과 박물관, 라인강 유람선, 동화 같은 마을들을 제치고 미술놀이라니. 그럼 제일 재미없었던 건? "미술관에서 그림 구경한 거!" 아, 역시. 아이들에게 예술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놀이 그 자체였다.




첫 번째 수업 - 마스크의 변신


시어머니께서 미리 예약해 두신 미술 수업은 도착 다음 날부터 시작됐다. 때마침 내리는 빗속을 걸어 15분, 선생님 댁에 도착했다. 40분 수업에 아이당 20유로. 첫 작품은 하얀 마스크를 꾸미는 것이었다.


두 번째 수업 - 빛나는 판화


일주일 후, 이번엔 독일 아이들과 함께하는 그룹 수업이었다. 나무판에 여러 재료를 붙이고 LED 전선으로 마무리한 작품.

첫째 아이의 작품

수업이 끝나자 선생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막내분이 자기주장이 아주 확실하네요!" 네, 맞습니다. 우리 둘째는 그런 아이죠.

둘째 아이의 작품


세 번째 수업 - 색의 흐름


마지막 수업은 특별했다. 어머님과 나,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참여했다. 캔버스를 이리저리 기울여가며 물감이 흘러내리는 대로 모양을 만드는 푸어링 아트(Pouring Art). 미술 문외한인 내게 색을 조합하는 것부터가 도전이었지만, 의외로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 탄생했다.

왼쪽은 어머님 것, 오른쪽은 내 것.


어머님 수업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작은 나무집을 색칠하며 시간을 보냈다. 별것 아닌 놀이에도 눈을 반짝이며 집중.





슈테델 미술관


예술 소비자로서의 나를 설레게 했던 슈테델 미술관(Städel Museum). 반 고흐, 모네, 피카소의 작품들 앞에서 가슴이 뛰었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엄마, 언제까지 봐야 해?"


둘째는 다섯 작품을 넘기지 못하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림 속 강아지를 찾아보자, 저 아저씨 표정이 웃기지 않니?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2층 전시실 절반만 겨우 돌고 나와야 했다.


첫째 아이가 가장 마음에 든다며 찍은 작품.


몇 주 후 남편과 시동생이 합류했을 때 다시 한번 슈테델을 찾았다. 이번엔 그래도 조금 더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어, 특별 전시까지 구경했다.




아이들을 보며 깨달았다. 그들은 아직 100% 창작자다. 남의 작품엔 관심 없고, 자기 손으로 만들고 그리는 일에만 온 마음을 쏟는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언제부터 감상자가 되었을까? 생산자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여전히 하얀 캔버스 앞에선 주저하게 된다. 아이들처럼 그저 즐기면 되는데, 즐기는 것조차 숙제가 되어버린 어른의 삶이란.



언젠가 아이들이 미술관의 고요 속에서 작품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다시 슈테델을 찾아, 이번엔 천천히 모든 층을 돌아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물감 묻은 손으로 자랑스럽게 작품을 들어 보이는 아이들의 미소가 그 어떤 명화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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