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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신부

결혼, 독립된 가정으로의 출발

by 우리의 결혼생활


육아의 최종 목표는 자립이다. 육아는 스스로 하지 못하는 일이 많은 아이를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도록 자립할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자신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육아전담자에 의해 양육되고 보살핌을 받다가 어느 시점에서 독립된 주체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며 가정에서 사회로 나오게 된다. 그렇게 독립을 하고서 누군가를 만나고 감정을 쌓고 결혼을 하게 되고 가정을 꾸리게 되는데, 첫 단추를 예사롭게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점은 바로 독립된 자아를 가졌는지 여부다.


성인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은 아이는 시시콜콜 이런저런 일을 모두 부모와 상의하고 허락을 받는 절대권위에 두고 생활하기도 한다. 부모는 가이드의 역할 또는 조력을 하는 것이지, 결정권자는 독립된 자신에게 있어야 하는데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거나 그 뒤에 숨어서 대신 일을 처리해 주길 기대하는 식의 일처리는 매우 곤란한 상황을 만든다.


가령 어린아이가 친구와 놀다가 서로 다툼이 일어났을 때 엄마한테 가서 말하거나 선생님께 알려서 상황을 종료하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했다고 했다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다. 가끔은 어른의 적극적 개입과 조정이 필요한 문제가 있겠지만 시시콜콜한 생활 속 문제를 스스로 핸들링 못하는 경우를 살펴볼 때 어떤 문제 상황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하고 조율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에 나와서도 자신의 문제를 올바르게 판단하고 고민하여서 발전적인 인생을 건설하는 것은 기초적인 초보를 닦는 일과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한다면 그 또한 독립된 가정으로의 개체가 된 것이다. 부모를 떠나 출가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많은 왕래는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같이 마음만 있으면 영상통화든 메시지든 주고받는 감정교류는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


어린신부는 하루에 서너 번씩 많은 횟수로 문안 인사를 양가 부모님께 드렸다. 처음에는 그 횟수가 너무 많아서 ‘왜 이렇게 잦은 통화를 해야 하는가?’라고 불평스런 마음도 있었지만, 익숙해지고 습관이 되고서는 자연스러운 인사가 되었다. 길게 통화할 때도 있었지만 친구 같은 마음으로 오히려 불편한 사이나 어색한 대화가 되지 않도록 항상 듣는 쪽을 택했다. 어떤 전화는 의도 없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의 말을 들으려 하는 전화도 있다. 그렇게 하는 내 마음은 언제나 효심이었고 사랑이었다.


물론 자유로운 시간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제약은 있었지만, 자발적인 노력이었기 때문에 그 시간은 사귐의 시간으로 완성되었다. 부모님 중 아버지는 두 분 모두 돌아가셨다. 이제는 목소리를 듣고 싶어도 들어볼 수 없어서 아쉽다.


독립된 가정으로서 잘 세워지려면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여기서 주요한 사실은 시댁에서 친정을 흉보거나 친정에서 시댁 일을 발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종종 문제가 생기거나 다툼이 있을 때 친정엄마를 붙들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결국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또한 독립된 가정은 누구를 통해서 해결 받는 일은 거의 없다. 특히 감정적인 문제일수록 더욱 당사자 간에 합의가 되어야지 쉽게 풀린다.


어린신부는 부탁하는 일을 못하는 편이었다. 지금도 여전한 성격이지만, 이제는 웃으며 거절도 곧잘 하는 편이다. 어린신부는 부탁이나 불편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거절을 잘 못하는 온순하거나 순종적인 모습이 많았다. 하지만 독립된 마음과 결정을 할 용기가 생기고서는 부탁을 웃으며 거절하는 현명함을 선택했다.


결혼은 서로의 짐을 대신 지어주는 마음으로 하라는 시아버지의 말씀이 있으셨다. 엄마는 “내가 아프면 부인이 아픈 것과 같고, 네가 아프면 남편이 아픈 것과 같다”라고 하시며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셨다. 두 말씀이 모두 내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다. 건강한 두 남녀가 결혼해서 서로의 짐을 나누고 함께 건강을 돌보며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결혼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 아닐까?


부모님은 비옥한 토양과 같아서 떨어진 씨앗을 잘 보듬어서 뿌리가 나면 견고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꽃이 피어야 열매를 맺는다. 가지의 견고함에 따라서 메마르지 않고 풍성한 잎사귀를 가질 수 있고, 그만큼 뿌리도 잘 뻗어 갈 수 있다. 이처럼 결혼 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볼 수 있다.


뿌리를 내렸으면 가지가 메마르지 않도록 잘 전달해야 한다. 마음을 전하고 자기 몫을 다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다면 나무는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거나 곧 말라버릴 수 있다. 결혼이란 자체가 독립적인 태도와 자주적인 생각으로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


그만큼의 노력은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다. 열매를 많이 맺어서 나무도 농부도 활짝 웃는 그 행복을 떠올린다면, 결국 수확의 기쁨 그것만 한 기쁨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린신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독립이다. 육아의 굴레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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