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을 아는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기대하는 것들도 함께 자란다. 어린 시절 장난감 하나에 웃음 짓던 아이가, 이제는 아이폰을 손에 쥐어야 안심한다. 대중적인 브랜드의 옷으로 만족하던 아이가, 어느새 스포츠 유명 브랜드를 입어야 친구들 사이에서 당당해진다고 말한다.
성장한다는 것은, 또래 집단 안에서 공감받고 인정받을 만한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말한다. “아이폰만으로는 부족해요. 에어팟도 있어야 하고, 아이패드와 애플펜슬까지 다 갖춰져야 공부할 맛이 나요.”
그럴 때면 나는 되묻곤 했다.
“중요한 건 장비일까, 실력일까?”
결국 우리는 필요에 따라 구매 계획을 세웠고,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하나씩 장만해 나갔다.
아이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 소비에 대한 사고방식이다.
충동적으로 살 것인가, 타인과 비교하며 경쟁적으로 구매할 것인가? 아니면 필요에 따라 신중히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모든 새 상품은 중고가 된다. 그때도 만족할 수 있을까? 아니면 유행을 따라 끊임없이 바꿔야만 행복할까?
아이들은 부모의 지시보다 자신의 감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자기 선택에 따른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할 줄 아는 것은 훈련이 필요하다.
하나를 얻으면 둘, 셋이 쉬워진다. 그 가운데서 어느 지점에 스스로 멈출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만족이다.
만족감을 스스로 유지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물건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알 때 가능하다.
물건에 나 자신 이상의 가치를 둔다면, 외적인 것으로 나를 채우려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영원히 충족될 수 없다. 마치 마약처럼, 구입 직후의 만족감은 금세 식어버리고, 다시 충동구매를 하고서야 잠시 행복해한다. 그리고 또다시 다른 명목을 찾아 소비의 미로를 헤맨다.
어른인 우리조차도 만족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질서와 절제, 그리고 감사함을 알 때 비로소 만족을 지킬 수 있다.
감사함을 아는 아이들은 다르다.
한 끼의 식사에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작은 선물 하나에도 진심으로 기뻐한다. 그리고 가진 것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며 사용한다.
중요한 것은 물건 자체의 가치가 아니다. 그 안에 깃든 마음과 정성을 헤아릴 줄 아는 인성, 감사함과 은혜를 받을 줄 아는 자세가 갖춰졌다는 점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격적 가치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부모의 은혜를 알게 하는 것은 생색을 내라는 일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을 은혜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올해 본 뉴스가 떠오른다.
고가의 휴대폰으로 교체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흉기를 휘두른 아이. 그 결과 엄마가 중태에 빠졌다.
게임을 그만하라는 잔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키워주신 할머니를 두 형제가 할머니를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모두 올해 본 기사였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옳고 그름을 말하기 전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지금의 감사함을 제대로 간직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은혜를 마음으로 깨닫도록 도와줘야 한다.
반드시 알려줘야 하는 것이 학업이나 경제교육만은 아니다. 은혜는 스스로 갚지 못하는 부분을 간직하는 것이고, 감사함은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항상 감사하는 습관을 기르고, 부모가 먼저 감사하고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그것을 습관화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삶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 채워진 삶. 비교가 아니라 만족으로 가득한 삶. 그것이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