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도와주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야
간혹 후회나 회상에 젖은 하루가 누구에게나 한 번쯤 뇌리에 날아든 화살처럼 그런 날이 찾아온다.
어릴 적 부모님이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지 않아서 내가 성공하지 못한 게 아닐까? 내가 이 사람과 친해져서 내 인생이 꼬인 건 아닐까? 내가 그때 공부를 더 열심히 했어야 했다든지 혹은 내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더 많이 시켰어야 한다든지 연로하신 부모님을 좀 더 잘 모셨어야 했는데 혹은 가족이나 지인이 힘들다며 돈 좀 빌려 달리고 했을 때 매몰차게 거부했을 때 등등의 내 탓을 하며 등뒤 봇짐을 묶어두고 헉헉거리며 숨 가쁘게 온갖 묵은 기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일들 그리고 도무지 잊히지 않는 그날 그 시간들은 나를 기어이 지치게 한다. 일상을 살면서 하루를 살아내느라 몸과 마음이 고단 한 내 모습을 보듬어 주어야 한다. 내 등을 토닥이며 잘해주어야 한다. 삶 속 어느 날 에러 팝업창이 마구 쏟아져 나에게 죄책감이나 후회, 막연한 불안, 지저분한 감정들이 몰려들어 나를 끌고 다니게 해서는 안된다. 나 조차도 내게 과도한 의무나 죄책감이라는 짐으로 삶의 무게를 보태도록 내버려 두는 것 크고 작게 괴롭히는 것은 스스로 학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누구도 나를 괴롭힐 권리는 없다는 것 이것을 아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나를 몰아세우는 그 무엇도 나에게 기대할만한 내일이 존재할 수 없게 한다.
내 삶이 소중해야 타인의 삶도 소중한 것이라 인정할 수 있다. 내 물건이 귀중하면 남의 것을 함부로 빌리려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행동 자체가 무례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책임이란 성인이라면 가지고 있어야 하고 누구나 자신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타인의 힘으로 그의 불행을 책임지게 할 명분 없다. 단지 나의 희생과 사랑이 자식이 미성년이라면 가능하다. 하지만 누구와도 나의 생과 사를 공유할 수 없듯이 나라는 존재는 내 문제만 유일한 내 몫의 책임이란 말이다.
저 멀리 보이는 희뿌연 안개를 일찌감치 불러올 필요 없다. 내가 살아낸 오늘이 화창하다면 그날로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며 내일 몰려올 비구름은 기꺼이 맞이하면 그만이다.
일어나고 있는 일 그리고 이미 일어난 일 앞으로 내가 맞이할 일들은 내가 돕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때의 내가 있어서 지금 존재하는 내가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는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