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린신부

된장찌개의 두부는 깍둑썰기, 김치찌개의 두부는 가늘고 길게

by 우리의 결혼생활


나는 된장찌개를 좋아하고 김치찌개는 이틀에 한 번은 먹어야 하는 한국 입맛을 가진 어린신부였다. 음식을 예쁜 그릇에 담아 갖추어 먹는 편이었지만, 음식 재료의 크기나 모양에는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내게 시댁에서 배운 요리법은 작은 충격이었다.

된장찌개의 두부는 각이 살아있는 작은 깍둑썰기로 썰어 한 입에 먹기 좋게 해야 했다. 반면 김치찌개는 넓적한 네모진 모양이나 가늘고 길쭉한 모양으로 두부 채를 썰어 김치찌개만의 모양을 만들어야 했다. 이런 세심한 구분이 시댁의 전통 방식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부치기 찌개’라 불리는 특별한 김치찌개였다. 소고기를 고추기름에 달달 볶다가 마늘과 함께 볶은 후, 김장김치를 한 번 물에 헹궈 깨끗이 씻어 잘게 썬다. 이를 볶은 소고기와 함께 푹 끓인 뒤 길쭉한 두부를 넣고 끓으면 간을 맞춘다. 그 위에는 김치전을 얹어 먹는데, 이 김치전은 하얀 밀가루 반죽에 김장김치를 고명으로 얹어 하얀 밀전병처럼 만든 것이다. 부침개를 미리 만들어두었다가 간을 맞출 때 반듯하게 자른 김치전을 고명으로 올리면 김치찌개의 고급 버전이 완성된다.

명절에나 먹을 수 있을 만큼 손이 많이 가는 요리였지만, 그 맛은 정말 뛰어났다. 한 번 먹으면 빈 냄비를 금세 보게 될 정도였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부의 가늘고 일정한 모양이었다.

집집마다 고유의 방식이 있고 전해 내려오는 집안 레시피가 있다. 때때로 어린신부인 나에게는 낯설고 순서도 헷갈렸지만, 그 맛을 기억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먹어본 맛은 입이 기억하기 때문에, 전수받은 레시피가 쌓여갈수록 이 집안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이라 여기며 모양에도 맛에도 정성을 쏟았다.

물론 실수하는 날도 있었다. 어느 날에는 두부 모양이 들쭉날쭉하고, 어느 날에는 국물이 텁텁했다. 이렇게 잘못된 날에는 뭔가 이상함을 알면서도 모두가 감사함으로 먹었다. 하지만 먹는 이와 나는 먹는 즉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입맛이 이렇게 무섭다. 머리로는 알지만 손맛이 따라주지 않는 날도 있었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음식은 문화가 깃든 것이라 느꼈다. 식구가 되는 과정에서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이야기하는 일상을 공유하는 중요한 배움이 되었다. 단순히 음식을 배운 것이 아니라 집안의 문화를 배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명절이 되면 어머님은 손수 부치기 찌개를 끓여주신다. 아직도 음식을 가르쳐주신다고 하시지만, 며느리 고생할까 봐 직접 끓여주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시집올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라고 부르며 따르고 있는 어머님의 부치기 찌개가 나는 여전히 제일 맛있는 것을 보니, 배우려면 아직 멀었나 보다.

요리는 정성이고, 엄마의 요리는 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된장찌개의 깍둑썬 두부와 김치찌개의 가늘고 긴 두부, 그 작은 차이 속에 담긴 것은 단순한 요리법이 아니라 한 가족의 문화이자 사랑이었던 것이다.


엄마의 일기장 _ 2007년 그 이후의 삶으로 부터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19화어린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