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반응(반사반응)
어린신부의 귀는 예민하다 못해 환청까지 들렸다. 초보 엄마인 어린 신부는 아기가 잠든 뒤로도 집안일이며 밀린 업무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도 미세한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하지만 섣불리 빠르게 움직였다간 고생해서 재운 아기를 깨우게 될지도 모른다. 늦은 밤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기저귀 갈 타이밍에 저절로 눈이 떠지기도 하고 부스럭 소리에도 귀가 먼저 반응하게 된다. 하지만 반응이 빠르다고 해서 몸을 민첩하게 서두르지 않는 게 좋다. 아기와 엄마에게도 모두 인내가 필요하고 부드러운 터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둘러서 좋은 것은 위급상황일 경우만 필요하다. 오히려 조금 울어도 괜찮고 조금 기저귀가 축축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으니 마음에 여유를 갖아도 좋다. 하지만 어린신부는 아기가 울면 극적인 모습으로 안아주고 흔들어가며 수유의 때가 아닌 경우에도 조금 더 먹여서 재우는 불규칙한 방법으로 아기에게 맞춰 주고 있었다. 아기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시로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다 보니 귀는 점점 돌아가는 시계초침마저 시끄럽게 들릴 때도 있다. 문 열리는 소리에 어렵게 재운 아기가 깬다거나 아랫집 강아지의 짖는 소리가 아기를 놀라게 한다거나 초인종 소리에도 민감하게 들리는 때가 바로 아기 엄마로 살아가는 시기다. 하지만 엄마가 예민하면 아기도 예민하다는 것을 이 때는 알지 못했다. 모든 방해 요소를 바로바로 치우다 보면 조금도 견디기 싫어하거나 조금의 뒤척임에도 반응을 해야 하니 초보 엄마는 여유를 갖고 한 박자 쉬어가는 템포가 좋다고 생각한다. 때때로 아기가 밤낮이 바뀌면 엄마의 삶은 더없이 초췌해진다. 밤에는 돌보느라 잘 수 없고 피곤한 상태로 아침을 보내고 점심을 보내면서 깊게 잠들지 못하는 괴로움을 겪어야 한다.
신생아기의 육퇴란 꿈같은 이야기인데 어린신부가 그 사정을 알리 만무했다. 귀는 아름다운 음악을 듣거나 학업을 위한 집중을 발휘했지만 아기의 울음소리만큼 고도로 집중된 적은 없었다. 보통 소리는 귀로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듣는 귀의 청력은 일정하지만 집중은 뇌에서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자세히 들으려면 뇌가 깨어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결국 머리가 쉬지 못하니 잠을 자도 개운치가 안은 것이다. 그래서 수면교육은 어려서부터 해야 한다. 어린 아기한테도 교육은 필요하다.
일상을 생활해야 하는 양육자인 엄마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다. 어린 신부는 수면교육을 체계적으로 시작한 것은 둘째를 낳고부터다. 수유간격을 조절하고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 주는 훈련은 수면교육에 첫걸음인 셈이다.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다지만 육아는 더욱 정답이 없고 개인차가 커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엄마의 훈련은 더 중요하다. 양육자의 태도가 아기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반응이 빨라지고 귀가 예민해지고 아기의 모든 것이 소중한 그 시기는 엄마의 가장 육체적으로 피곤한 시기다.
본능적으로 알아가고 습득되는 그 시기에 아기와 엄마의 유대관계는 더없이 큰 세상이고 사랑이다. 아기에게 엄마는 우주이자 세상 모든 것이 된다. 아기는 첫 대면의 기억이 되기 때문에 첫인상을 주는 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까꿍 놀이와 잼잼, 짝짝꿍, 도리도리 등등의 놀이는 아기와 엄마의 오감놀이는 세상을 향한 인상을 남겨주는 시간이다. 행복하고 즐겁고 편안한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엄마의 목소리와 스킨십 그리고 태도에 따라 아기가 받아들이는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이 시기는 어린신부에게 체력이 달리는 예민 그 자체지만 내 아기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기억하게 해 줄 첫 번째 기회가 되는 셈이다. 체력을 키우고 심적인 각오를 다져야 하는 이유가 된다. 듣기는 빠르게 행동은 천천히 이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엄마의 일기장 _ 2007년 그 이후의 삶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