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강박의 아이러니
우리는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혹시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걸수도 있고, 딱히 할 말이 없어 던진 스몰톡일수도 있다. 나도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뭔가 '멋있는' 취미로 대답을 하고 싶었다. 조금은 멋있어 보이는 취미를 말하고 싶달까. 사실 남는 시간에 하는 건 웹툰, SNS이지만 이것들은 뭔가 ‘멋진’ 취미가 아닌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멋져 보이는' 취미 찾기를 시작했다. 먼저 그림 그리기에 도전했다. 스케치북과 파스텔을 사서 그려봤는데 원체 그림을 못 그리는 '똥손'을 가진지라 상상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하니 괜히 짜증만 났다. 마침 유튜브에서 ‘금손’들의 그림을 본 후라 내 그림은 더 초라해보였다. 마음만 상해 이를 취미로 만드는 것은 포기하고, 악기를 시작했다. 다행히 악기 연주에는 약간의 소질이 있어 최근엔 피아노를 자주 친다. 과거 피아노 학원에 다니던 시절, 연습 한 번에 과일을 두 번씩 칠한 과거의 내가 떠오른다. (피아노 학원에 한 번이라도 다녀본 사람이라면 과일이 그려져 있는 연습장을 알 거다) 그땐 그렇게 치기 싫던 피아노가 요샌 왜 이렇게 재밌는지.
그러다 또 꼭 '멋진' 취미가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꼭 취미가 있어야 하나?'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생활기록부 혹은 자기소개서의 취미란을 채우기 위해, 혹은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없는 취미도 만들어 내야 할 판이다. 취미가 없으면 좀 어떤가. 그리고 멋있지 않은 취미면 또 어떤가. 내가 즐거우면 그만인 것을. 애초에 취미의 사전적 정의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다. 때로는 취미가 있어야만 하는, 취미 강박의 아이러니를 느끼곤 한다. 즐거우려고 취미를 갖는건지, 남들에게 나를 설명하려고 취미를 갖는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취미가 없는 사람은 무색의, 개성이 없는 사람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말 무색은 좋지 않은 걸까? 오히려 어디에나 잘 어울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에 "딱히 없는데요"라고 대답하면 너무 사회성 결여된 사람처럼 보인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