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가는 건 더 힘들어졌다.
현관문을 열기 전
반드시 인터폰 화면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갈 수 없었고
가해자와 같은 차종만 봐도 몸이 얼어붙었다.
대중교통은 탈 수 없어서 운전만 했다.
가끔은 그가 마지막으로 내뱉었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잘 살라고 해요.”
나는 여전히 잠 못 이루고 있는데
왜 내가 이렇게까지 무너져야 하지?
니가 뭔데 내 삶을 이렇게 흔드냐고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하지만 그 말은 목구멍을 넘어가지 못했다.
나는 결국 혼자 다 감당해야 했다.
누구에게도 제대로 털어놓지 못한 채
밤마다 불안을 끌어안고 버텼다.
그 불안은 오래 갔다.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 전체를 지배했다.
시간으로 치면 3년.
그제야 조금씩 옅어졌다.
상담을 하면서
비로소 나는 “이 공포가 내 잘못이 아니구나”라는 걸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가해자는 나에게 “잘 살아라”라고 했지만
그 말은 결국 자기합리화였을 뿐이다.
잘 사는 건 그의 명령이 아니라 나의 선택이다.
나는 여전히 흔들리지만 여전히 버티며
그 말과 상관없이 내 방식대로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