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때 마트조차 가지 못했다.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웠다.
사람들의 시선, 닫힌 공간
모든 게 나를 조여 왔다.
하지만 요즘 혼자서 장을 본다.
장바구니를 밀고 계산을 하고
평범한 사람들 틈을 지나 걷는다.
카페 가서 혼자 앉아있기도한다.
모두가 나를 공격할 것 같았는데
이젠 세상이 조금 따뜻해보인다.
누군가에겐 아무 일도 아닐 이 일이
나에겐 오랜 어둠 끝의 작은 기적이다.
이제는 조금 다르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아졌고
내 감정을 조금씩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절엔 내가 너무 힘들어서
주위의 어려움조차 볼 수 없었지만
이젠 다른 사람의 마음이 보인다.
내 20대의 몇 년은 까맣게 비어 있다.
생각하려 해도 머리가 하얘진다.
이젠 안다.
그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닫아버린 기억이었다.
몸이 버티기 위해 선택한 방어였다.
사실 기억하고 싶지 않다.
이대로였으면 좋겠다.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암흑같지?
그래도 빛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할 거야.”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나를 삼키지 않는다.
불안도 두려움도 그 시절의 그림자도
이제는 내 안에 한 자리를 차지한 채
조용히 함께 살아간다.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이 불완전한 나로도
충분히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