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전구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그 일 이후로 나는 화장실 불을 켜지 못했다.
화장실과 아무 연관이 없지만
화장실 불이 켜지면 심장이 뛰었다.
조용한 공간이 오히려 더 크게 나를 덮쳤다.
그래서 늘 간접등에 의지했다.
불이 다 켜지면
누가 날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게 내 일상이었다.
“이젠 다 끝났는데 왜 이러지?”
처음엔 내 자신이 이상한 줄 알았다.
하지만 상담을 받으면서 알게 됐다.
이건 단순히 ‘겁 많은 성격’이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생존의 방식’이었다.
화장실에서의 무엇인가가 내 트리거를
눌린다고 했다.
몸은 머리보다 오래 기억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내 몸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아. 지금은 안전해.”
그 말을 매일 반복하다 보니
어느 날은 화장실 불을 켜도 괜찮았다.
다만, 아직도 너무 밝은 불은 힘들다.
그날의 따뜻한 불빛이 아직도 기억난다.
불을 켜는 날도 있고, 여전히 켜지 못하는 날도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나 자신을 미워하진 않는다.
그냥 그런 날도 있는 거라고
그게 ‘살아 있는’ 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 일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일에 삼켜지지도 않는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불빛이 조금 무서워도
그래도 오늘도 나는 불을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