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회복 된 줄 알았는데..
그냥 무너지는 순간이 있었다.
지쳐 있었다.
살아 있다는 말보다 버티고 있다는 말이 더 맞았다.
어디를 가도 숨이 막혔고
누가 나를 위로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화려한 계획도 없었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일은 없는데..
그냥 “이걸로 끝내자.”
그런 마음 하나로 가방을 쌌다.
역에 가면서 어디로 갈지 정했다.
기차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렸다.
창밖 풍경은 지나가는데
내 마음은 계속 제자리에 있었다.
달리는 풍경을 보고 있는데
이 풍경도 오늘이 마지막이겠거니 했다.
근데.. 이상했다.
늘 두려움, 불안, 상상, 걱정으로 가득했던 머릿속이
잠깐 비어 있는 순간.
그 비어 있음이 나에게 너무 낯설고 너무 편했다.
여행지 공기에는
나를 아는 사람이 없었고
나를 판단하는 사람도 없었다.
누구의 딸도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그냥 ‘나’로 하루를 살아도 되는 곳.
그 하루가 나를 살렸다.
먹고 싶은게 생겼고 하고 싶은게 생겼다.
그래서 맛집을 검색했고 카페를 검색했다.
마지막으로 제일 맛있는 밥이 먹고 싶었고
마지막으로 제일 맛있는 디저트가 먹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살아야겠더라.
그때 먹었던 그 티라미슈가 나를 살게했다.
돌아오는 표를 살 생각도 없었는데...
집에 돌아가야겠다 생각했다.
“아, 나는 아직 이 삶을 완전히 떠날 준비가 안 되어 있구나.”
그걸 인정하는 데 한참이 걸렸지만
그 순간만큼은 조용히 확신이 생겼다.
여행을 떠날 때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아오는 길엔 내일 뭘할지를 고민했다.
“그래, 한 번만 더 살아보자.”
그 한 번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그 한 번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너무 힘들면 또 마지막 여행을 떠나자.
그걸 핑계 삼아서라도 움직여보자.
그렇게라도 숨을 쉬어보자.
나는 끝에서 살아갈 이유를 만났다.
그리고 그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그냥 나를 조금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