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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음/폰부스(Phonebooth) - 혜화

가을의 다양한 감정이 살아있는 노래

by 생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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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하루음악]폰부스(Phonebooth) - 혜화


그녀는 나에게 꽃잎보다
붉은 입술을 주었네
그녀는 나에게 꺾이지 않는
키스를 내게 건네주네


1. 정작 필요한 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았다. 서로의 생각이 충돌하고 있다. 같은 꿈을 꾸고 있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진 못했다.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린 자주 싸웠다. "나는 네가 나를 생각해 주는 줄만 알았어~", "나는 너한테 뭐니?" 생각이 머무는 곳에 서로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싸움이 익숙해지니 당연한 듯 가벼운 사이가 되어버렸다. 서로 필요해서 만났지만, 필요 없어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주고받는 무례한 말들이 쌓여 이제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길로 걸어가는 중이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엇 일지 떠올려 봤다. 위로, 격려, 배려의 말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가 아니었을까. 다름을 인정하는 것, 서로의 다른 모양을 깎아 같은 모양으로 다듬어 가는 과정이 없었던 것 같다. 이 모든 걸 이제야 알았다는 게 후회스러울 뿐이다.

2. 영화 <혜화, 동>에서 <혜화>를 만나다.
아련한 가을이 떠오르는 영화 <혜화, 동>과 오늘의 노래 <혜화>는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 <혜화>가 <혜와, 동>을 뮤직비디오 소재로 활용했다는 것 외에도 각자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겹쳐 흐른다. 쉽게 간과해 버리는 말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삶과 인생에서 수많은 갈림길이 존재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사랑에 관련된 갈림길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어쩌면 만날 수도 있었던 그 사람, 영원히 보지 못하는 그 사람 등 수많은 인연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나의 존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너와 함께 걸어온 길에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건 없다고~" 가사의 말미엔 어쩔 수 없이 마무리 지어진 각자의 삶을 바라보고 외치고 있다. 위로가 되길 바라지만, 결국 잃어버린 체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혜화, 동>의 아련함이 <혜화>의 쓸쓸함이 되어 가을로 결말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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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혜화, 동>을 보다가 떠오른 노래
-사랑할 때 가장 놓치기 쉬운 것
-가을의 다양한 감정이 살아있는 노래

80024000_002.jpg 출처. 트리퍼사운드 / 폰부스(Phonebooth)
국내외 음악을 이야기하는 자칭 칼럼니스트 & 블로거입니다. 음악이라면 무엇이든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을 즐겨합니다. 우선적으로 새로운 것에 눈과 귀를 열고 다니며,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주로 비공식적으로 활동을 하며, 운 좋게도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정기/비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습니다. themusiq@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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