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인인 남편의 학창 시절, 부모님 말고는 자신의 성적표를 본 사람이 없다고 하더군요. 성적이 좋든 나쁘든, 남매들 사이에서도 성적을 공유하지 않았다더라고요. 성적표가 좌악 출력되어서 문짝에 붙던 저의 중학교 시절이 떠오르면서 참 다르게 컸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네덜란드에서 7개월 아기를 기르면서 많이 듣는 이야기가 "아이마다 달라요"에요. 네덜란드어로는 Ieder kind is anders (이더러 킨드 이스 안더스)인데요. 예를 들어 모유수유가 힘에 겨워 수유전문가에게 이렇게 자주 먹는 데 어떻게 하면 좋냐고 물으면 "아이마다 다른걸요", 남편의 부모님과 기고 앉는 시기에 대해 이야기하면 "아이마다 다른걸요", 엄마들 커뮤니티에 아플 때 뭘 먹이면 좋겠냐 물으면 "아이마다 다른걸요", 이런 식이에요.
아이마다 다르니 비교말자, 아이만의 성장 과정과 호불호를 존중해 주자, 이런 뜻이죠. 한 아이가 이렇다고 다른 아이도 그럴지는 모르니 충고나 조언을 하는 데에서도 무슨 부인설명처럼 붙어서 쉴드하는 것도 좀 있고요. 어쨌든, 이렇게 기준이나 비교치를 찾지 않고 아이를 보는 게,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의 스스로를 이끄는 힘을 믿어주는 장점도 있는 것 같고요. 이 나라에서는 개인주의가 중요한 만큼, 개성과 개개인의 특별함이 육아에도 아주 중요하구나라는 걸 느끼네요.
이런 시도 있습니다.
아이는 바람에 나는 나비와 같아요.
한 나비는 높이 날고, 다른 나비는 낮게 날아요.
하지만 나비마다 자신의 방법대로 날아요.
삶은 경쟁이 아니에요.
아이마다 달라요.
아이마다 특별해요.
아이마다 아름다워요.
특히 삶은 경쟁이 아니라는 어구가, 아주 딱이에요. 자식을 견주는 이유는 남에 비해 더 뒤처지나, 더 잘났나 비교하기 위해서 아닐까요. 정해진 "성공"의 공식을 따라 자식이 크기를 바라다보니 다른 아이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겠죠.
남편과 학창 시절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유모차를 끌며 산책을 하는데 시기적절하게 이런 현수막이 붙어있네요.
"모든 아이가 다 의사나 변호가가 되지 않습니다. 당신 아이들에게 손을 써서 일하는 것과 멋진 것을 짓는 게 괜찮은 거라고 가르치세요"
건설사의 광고인데요. 이곳도 건설용역이 대부분 동유럽 출신이고 하려는 사람이 적은 지, 이렇게 현수막도 걸어두었네요. 어느 나라를 가든 자식인 만큼 욕심이
나는 게 피하기 힘든 부모 마음인가 싶어요.
그래도 개개인의 특별함이 이렇게 중요한 네덜란드니, 저희도 아이만의 고유성에 집중하려고 해 봅니다.
네덜란드 아이들이 행복한 한 가지 이유는 비교가 타부시 되어서 아닐까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