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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Jul 13. 2021

네덜란드와 꽃에 대한 돈과 미학 이야기

네덜란드 기본기

네덜란드하면 풍차와 튤립의 나라라는 문구를 어디선가 들어봤을거야.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튤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네덜란드 문화와 참 가까운 것 같다. 아마 꽃 집에 가면 아마 가장 인기있는 꽃이 튤립일거야. 튤립용 꽃 병도 종류가 다양해. 암스테르담 중심가에는 기념품으로 튤립 구근을 파는 곳도 많고, 구근이 아니더라고 튤립이 보이는 기념품은 어딜가도 있어. 그리고 봄과 여름 사이 암스테르담의 서쪽 할렘(Haarlem) 근처에 마을을 지날 때면 넓게 펼쳐진 화려한 색의 튤립 밭이 아름답지. 그 튤립이 만발한 정원을 보러 연례 열리는 공원이자 전시회인 쿠켄호프 (Keukenhof)에 오는 사람도 많고.

Photo by Erik van Anholt on Unsplash 네덜란드의 튤립밭

그런데 사실 튤립이 네덜란드 태생도 아니고, 네덜란드에 들어온 게 고작 17세기였다니, 마치 임진왜란 전에는 김치에 고추가루를 넣지 않았다는 이야기처럼 신기하지. 오늘하고 싶은 얘기는 네덜란드에서 꽃은 좀 특별하다는 거야. 우선 돈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해.


튤립이 들어올 당시 세계에서 가장 부자나라였던 네덜란드는 황금기였대. 세계최초로 주식회사와 주식의 개념을 만들고 온 세계로 배를 보내 무역을 시작했던 나라인 만큼 여러가지를 처음 시도한 게 많았을 것 같은데. 아마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거품경제현상(버블)도 네덜란드가 최초로 경험했어. 그리고 자산의 가치가 거품처럼 높아졌던 대상이 뭐게?...바로 튤립이지.


튤립 구근 하나가 암스테르담 운하를 내다보는 맨션을 살 정도 가격까지 뛰었었다니, 코인이나 부동산은 저리 가라지? 튤립을 사서 정원을 가꾸거나 화병에 꽂아 부를 과시하려던 부유층이 아주 튤립 투기를 한 거지. 튤립 꽃의 색깔이 여러개가 나오게 하는 재배기술 같은 것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가격을 올렸다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일주일이면 지는 꽃에 그렇게 돈을 많이 쓰다니 근검절약이 1순위인 네덜란드 사람들도 돈이 넘쳐나면 바뀌나보다. 

네덜란드 박물관에서 볼 수 있을 17세기 유화같지? A.P.Bloem이라는 꽃집 웹사이트에서 찾았어. 수백년전의 꽃꽂이 스타일을 아직도 쉽게 만날 수 있어.

17세기부터 네덜란드는 튤립을 혁신하고 재배하고 파는 걸 아마 멈추지 않았을 거야. 네덜란드가 전 세계 꽃 시장의 중심이라는 것 아마 몰랐지? 꽃 무역 절반이 네덜란드에서 이뤄지고, 77%의 구근이 네덜란드 팔린대. 그래서 코로나로 인해 네덜란드 꽃 시장도 타격을 많이 받았어. 작년에만 해도 재배는 했는데 수요가 줄어서 안타깝게도 떨이처리하는 꽃들이 많았는데, 특히 튤립이 그랬지. 한 30-50송이를 10유로에 살 수 있었거든.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가고 싶은 곳이 로열플로라홀란드 (Royal Flora Holland)야. 바로 그 꽃의 무역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거든. 마치 노량진 수산시장 경매처럼, 온 갖 꽃을 경매하는 곳인데, 전 세계에서 꽃 파는 사람, 사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장소야. 튤립 나오는 동네랑 스키폴 공항 근처 알스미어 (Aalsmeer)에 있는데 (위치 선정부터 말이 되네), 세계에서 가장 큰 꽃 시장이래. 하루에 2천만개, 매년 120억개의 꽃이 거래된다니 그 규모가 상상이 안 가서 직접 보고 싶더라. 그리고 무엇보다 "더치옥션 (Dutch Auction)"을 구경할 수 있거든.


보통 경매는 물건의 가격이 점점 높아져서, 가장 높게 부른 사람이 물건을 사게 되지? 그런데 "더치옥션"은 가격이 점점 낮아지는 경매구조야. 처음에 높게 가격을 매겨서 경매를 시작하고, 옥션하는 사람이 사겠다는 사람이 있을 때까지 가격을 순차적으로 낮게 부르는 구조야. 사는 사람은 가격을 한 번 만 부를 수 있다니, 너무 높게 부르면 너무 높은 가격에 사고, 너무 낮게 부르면 못 사는게  되는 거지. 빨라야하니, 꽃 처럼 신선도가 중요한 물건을 거래할 때 더치옥션방법이 쓰인다고 하더라. 그리고 이런 옥션 구조를 위해서 더치 클락 (Dutch Clock 시계)이 쓰인다니, 신기할 것 같아. 

UN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 같은 옥션장 모습... By Gmihail at Serbian Wikipedia - Own work, CC BY-SA 3.0 rs,

이렇게 보니, 꽃이 돈이 되는 나라가 네덜란드네. 그것도 꽃을 재배해서라기 보다는 사고 파는 장을 마련하고, 나라의 상징으로 만들고, 관광용품과 관광지를 개발해 돈을 버니까, 새삼 그 역사를 꿰뚫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장사의 기술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꽃이 흔하니, 그 가격이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저렴한 것 같아. 특히 튤립 구근을 재배하는 동네에가면 암스테르담의 절반 가격에 꽃 한 다발을 살 수 있더라고. 그래서 특별한 날이나, 초대를 받으면 기분 좋게 한 다발 사는 즐거움이 있어. 그 뿐만 아니라 집 안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꽃을 사는 사람들고 많아. 집 앞 떡뽂이 상점처럼 많은 게 도로변에 위치한 꽃 집들이야. 그러고보니 노점상 없는 네덜란드에 유일한 노점상이네. 요새는 원하는 때마다 꽃을 배달해주는 '꽃 넷플릭스' 도 있고. 유럽식 편지함에 들어가게 얇은 박스에 꽃을 넣어 배달해주는 회사도 있으니, 꽃 시장은 계속 발달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꽃집 아페블룸의 꽃 부케들...https://www.apbloem.nl/ 관광지인 라이쯔플라인 (Leidseplein) 근처에 있으니 지나가는 길에 꼭 가봐.

하지만 그 상업가치로서의 꽃보도다고, 내가 더 관심있는 것은 네덜란드식 꽃의 미학이야. 여느 갤러리나 인스타 성지보다 더 황홀하고 아름다운 꽃가게도 아주 많고, 어느 플로리스트/가게주인에게 물어봐도, 꽃에 대한 이야기 하나 쯤은 들을 수 있어.전문가는 아니지만, 관찰해보면 네덜란드 사람들은 다양한 종류의 꽃을 섞어서 야생의 자연스러움이 느껴지게 꽃다발을 많이 하더라. 그렇게 만드는 조화로움이 정말 매력적이야. 줄기도 많이 안 자르고 아주 키가 큰 화병에 많이 넣으면 그 존재감이 정말 남다르지. 포장도 아주 간단하지만 꽃의 자연스러움을 가장 잘 살리게 투명한 비닐과 꽃 색과 어울리는 종이 한 장, 그리고 긴 리본끈 묶음을 달면 끝이야.


일본식 꽃꽂이를 예술의 하나로 알아주는 만큼, 네덜란드식 꽃꽂이도 알아줘야하지 않을까 싶어. 꽃 하나하나의 모습, 색도, 모양도, 키도 다른 꽃과 풀들이 다양하게 어울어져 만드는 아름다움과, 자연의 모습을 닮은 자태가 남달라. 뭔가 흉내내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자연스러운 꽃들을 한 데 모아 만드는 미학, 어쩐지 네덜란드 사람들의 생활관을 닮은 것 같다. 


참고한 글들

https://en.wikipedia.org/wiki/Tulip_mania

https://amsterdamtulipmuseum.com/tulip/  

https://dutchreview.com/

https://www.npr.org/2020/03/25/820239298/netherlands-huge-flower-sector-wilts-as-coronavirus-hurts-business?t=1626178448761

https://www.expatrepublic.com/largest-floral-market-world/

https://www.royalfloraholland.com/media/12274751/royal-floraholland-spreekbeurt-2019-en.pdf

https://www.investopedia.com/terms/d/dutchauction.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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