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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Jun 13. 2021

올드치즈 샌드위치 - 점심은 맛 보다는 효율성

네덜란드의 음식

회사에서 점심시간이 되면, 몇 몇 남자/네덜란드 동료들이 어디선가 비닐봉지를 꺼내. 그 비닐봉지에는 토스트 안 된 생빵 샌드위치 2개가 들어있는데, 사실 샌드위치라기 보다는 브라운브레드 (몸에 좋으라고 흰빵 대신 먹는 통밀빵) 슬라이스 사이에 치즈 한 장을 끼운 거지.


출처: 위키피디아


그거 먹으면 점심은 끝이야. 보통 일하면서 먹지. 컴퓨터로 타자 치면서 한 입 먹고 또 한 입 먹으면 점심은 끝!

이렇게 하면 장점은, 돈을 아끼고, 시간을 아끼고, 일을 해서, 집에 일찍 갈 수 있다는 거지. 어쩐지, 이렇게 생각하면 초라해보이는 생빵 두 조각 점심의 궁색함이 다 뭐냐 싶다니까?


뭐 먹을까 생각하고 고르지 않아도 되지, 매일 보는 동료들이랑 별 이유없이 잡담할 필요도 없지, 점심 값은 10유로 미만이 드무니 절약하기 얼마나 좋아? (반어법 주의!) 그리고 똑같은 빵사이에 치즈 끼운 샌드위치를 사려면 2-3유로는 내야하는데, 집에서 가져오면 훨씬 더 저렴하지, 하는게 아마 이들의 생각일 거야.


참 그리고, 네덜란드 사람들은 따뜻한 음식은 (조리음식) 저녁에만 먹는다고 생각해. 그래서 점심으로 샌드위치, 샐러드, 빵류가 아니면 잘 안 먹더라. 빨리 먹고 생산적인 일을 해야해서 그럴까?


하지만 진심으로 이 조합을 좋아해. 네덜란드의 “전통음식”이 이 치즈샌드위치 같을 정도로. 네덜란드 항공을 타면 주는 간식도 올드치즈를 끼운 브라운브레드야.

사실은 이렇게 효율적으로만 보이는 점심 식사도 나름 역사가 있대. 빵에 버터를 발라 먹거나 치즈와 같이 먹는게 수백년간의 주식이었고 특히 빵이 차지하는 문화적 중요성은 엄청 크다네. 무려 빵집 (베이커리)을 순찰하며 빵이 규격대로 나오는지 확인하는 조사단도 있었대.

그 시절에는 보통 서민들은 브라운 통밀빵을, 귀족들은 흰빵을 먹었다니, 어쩐지 우리나라 쌀밥의 과거하고 비슷한 것 같네?


네덜란드 사람들은 빵이 있어야한다고 한 동료도 있었어. 아들이 글루텐 알러지가 있어서, 더 이상 빵을 못 먹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얘기하더라. 이것도 어쩐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밥이 있어야 기운이 난다는 것과도 비슷한 것 같애. 어쩌면, 빵과 치즈는 밥과 김과 같을 걸까 싶다.


그 단촐한 맛에 익숙해지면 가끔 그 갈색빵에 치즈 끼운 샌드위치가 먹고 싶다는 거야. 버터나 마가린을 바르고 치즈를 올려 먹는데 지방과 지방이 만나는 조합이 또 맛있지. 그리고 네덜란드식 갈색빵의 고소함과 네덜란드 식 치즈의 맛이 나쁘지 않아. 특히 난 아우드카스 (oude kass/old cheese; 적어도 10개월 숙성시킨 더 "오래된" 치즈)의 딱딱한 식감과 깊은 풍미가 빵이랑 먹기 좋은 것 같더라!


Photo by Mike Dierk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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