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한 달여 울 나라 방문을 마치고 네덜란드로 돌아왔어. 쌀쌀해도 청명한 한국의 가을이 마치 네덜란드의 여름 같더라. 그 파란 하늘과 햇살이 그립게도 돌아온 암스테르담은 스산하고 어둡네.
한국에 있으면서 가끔 이런 질문을 받았어. 네덜란드에서 살기 좋은지, 불편한 점은 뭐가 있는지.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불편' 한 건 길고 음산한 (?) 가을 겨울이 아닐까 싶다. 해양성 기후라 온도는 0도를 잘 내려가지 않지만 그 습한 북해의 바람이 뼛속까지 들어오면 아무리 11도라도 마치 축축하고 차가운 사우나에 있는 듯이 몸이 으슬거리거든. 비도 많이 오고 일조량도 적고... 그리고 이 단조롭고 춥고 흐린 날씨가 한 10월에서 4월까지 계속되니 우리가 생각하는 “봄”인 3월부터는 도대체 언제 겨울이 끝날지 지겨워져~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나무들이 파래지고 여름이 오더라)
그래서 가져왔다~ 암스 겨울을 나기 위해 공수한 우리나라 아이템들.
⁃ 귀여운 실내용 슬리퍼
: 여기 난방은 대부분 바닥을 따뜻하게 하지 않고 벽에 붙여 논 라디에이터로 하거든. '온돌'이 되는 곳은 럭셔리야~ ㅎㅎ 근 몇 년간에는 새로 집을 짓는 사람들은 비용절감의 차원에서 바닥 난방을 하던데 오래된 집을 개인이 집을 고치려면 다 깔기는 비싸고 보통 화장실만 하더라. 그래서 대부분의 집이 바닥이 항상 차가워. 냉기를 차단하게 좀 두껍고 폭신폭신한 실내화를 찾아봐도 마땅한 게 없던 차에 마음에 드는 슬리퍼를 발굴해 좋다! 가격도 저렴.
⁃ 수면양말
: 가끔 양말을 두 겹 신고 재택근무를 할 때가 있어. 앉아만 있다 보니 발이 시려질 때가 있거든. 그리고 잘 때도 양말을 신고 자 (...). 물론 편하고 큼직한 양말... 하지만 우리나라의 수면 양말이야말로~ 편하고 따뜻하지. 그래서 몇 켤레 챙겨왔어.
⁃ 내복
: 벌써 잘 입고 있네. 몸에 착 붙는 내복만큼 보온에 효과적인 것도 없지~
⁃ 수분 및 영양크림, 팩
: 항상 비가 오니 건조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왜 피부랑 입술은 다 갈라지는지~ 진짜 크림만 몇 개를 산 거 같다. 신기하고 믿음이 가는 국내 내추럴 브랜드가 많이 나와있더라고. 다 사고 싶었지만 다행히도 자제했어.
수분 관련 새로운 타입의 (예를 들어 적신 솜을 한 장씩 떼서 얼굴에 올려두는 거~) 제품들도 많아서 시도해 볼 겸 이거저거 사봤네.
⁃ 재택근무를 위한 편한 옷
: 역시 가성비 최고인 옷 쇼핑... 가격에 비해서 바지나 스웨터가 디자인도 남다르고 품질이 좋더라. 필요한지 몰랐지만 보게 되면 안 살 수 없는 그런 옷들. 색깔도 좀 달라. 암스는 대부분 검은색, 회색 옷이 많고 약간 노란색 감도는 파란색이나 빨간색은 드문데, 그런 제품이 한국에 있는 동안 곧잘 보이더라. 쇼핑하는 사람들의 취향의 차이기도 하고 대체적으로 피부색과 어울리는 톤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 그리고 말린 대추, 생강... 지난겨울에는 옷을 껴입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생강차를 입에 달고 살았어. 올해는 업그레이드해서 대추까지 함께 마셔봐야지 ㅎㅎ
- 책, 카드, 스티커
날이 너무 빨리 지고 저녁이면 춥고 비가 와서 밖에 잘 안 나가게 되거든 (더구나 집에서 일하니). 그래서 시간 날 때 읽게 모국어로 된 책 한 권 골랐지. 또 적적할 때 가족이나 친구들한테 써 보낼 카드들 (예쁜 '감성' 디자인 제품들이 많더라). 그리고 이번에 한국에서 본 수많은 스티커 (거의 열풍처럼 소규모로 제작한 '감성' 스티커가 많더라고... 스티커 모음통까지 봤어!)가 동심을 자극하길래 기분전환 용으로 스티커까지 샀네. 완전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으니, 뭐 이 정도면 겨울날 긍정주의 준비되었지 ㅎㅎ 책이나 스티커가 아니더라도 취미용품을 고민해봐!
- 막걸리 셀프키트
이런 게 있다니! 하면서 두 개나 샀지. 하나는 너 주고 하나는 내가 해서 둘이 같이 만들어 먹으면 재밌겠다 싶어서. 뭐가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막걸리도 막걸리지만, 이렇게 전통주를 직접 만들면서 또 소일거리 생기고, 너랑 같이 시간도 보내고 할 생각에 흐뭇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