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아침이다. 어젯밤도 잠을 설쳤다. 건넛집 개소리 때문이다.
빼곡히 들어찬 원룸촌이기에 그럴 만도 하지 라며 그냥 참고 살자 라고 마음먹었는 데, 더 이상 참지를 못하겠다. 조만간 개 한 마리 제대로 간수 못하는 주인의 낯짝을 보고 한소리 해야겠다.
상쾌한 공기로 언짢은 기분을 좀 풀어볼까 해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금빛 아침해가 솟아오르고 있었고, 참새는 일찍부터 짹짹거리고 있었다. 아침 햇볕에 안겨 활짝 기지개를 켰다. 그리곤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잠을 깨 보려는 데, 분홍빛깔의 꽃이 눈에 띄였다. 지금 방금 꽃봉오리를 터트린 무궁화였다.
매번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건넛집 옥상에 무궁화 꽃이 피어 있었던 것이다.
영롱한 빛깔을 뿜어내며 내 시야에 들어온, 생각지 못한 꽃의 방문에 나는 가까이 다가가 지그시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반갑습니다"라는 말이 입에서 새어 나와버렸다. 그리곤 괜히 흐뭇해졌다. 그러나 이내 곧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하며 무궁화를 심고 키웠을 개 주인이 생각이 나서 무궁화 꽃에서 눈길을 뗐다.
옥상을 내려오며 생각했다. 요즘 남북관계가 매우 평화로운 분위기로 흘러간다고 언론에서 연신 보도를 하던 데, 내 잠을 방해하는 건넛집 개와 그 주인이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찾아가 무례하게 한소리 하기보다는 나의 불편을 종이쪽지에 적어 그 집 문 앞에 예의 있게 남기고 오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아니겠냐고 내 마음이 말했고, 무궁화 꽃이 말하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무궁화가 참으로 아름답고 반가웠던 순간이 출근길에도 잊히지 않고 계속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