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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앤온리 Feb 28. 2023

새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면?

Buy One Get One Free. 한국말로 하면 원 플러스 원이다. 한 개를 사면 한 개를 공짜로 얹어준다는 뜻이다. 남편이 대기업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취업하면서 나 또한 같은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을 때, 이것이 바로  Buy One Get One Free라고 생각했다. 자격지심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남편의 회사가 지방에 있었던 터라, 같은 회사에 지원한 것은 주말부부를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그러나 사실 지원할 때만 해도 나의 합격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했다. 육아 때문에 몇 년 간의 경력단절이 있었던 데다가 기술중심의 연구소에서 필요로 하는 전공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의 합격은 순전히 남편에게 덤으로 얹혀 들어가는 원 플러스 원이라고 생각한 이유가 이것이었다.


그러나 뽑힐 때는 덤으로 뽑혔어도 나중에  보니 잘 뽑은 직원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증명해내고 싶었다.


문제는, 내가 맡게 된 업무들은 주로 기존 팀원들이 하기 싫어했던 자잘한 업무들이었다는 것이다. 자잘하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나 말고 누가 하더라도 잘 할 수 있는 업무였다. 잘 해도 별로 티도 나지 않는 업무였다. 즉 나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엔 역부족인 업무들이었다. 그래서 중요한 일을 직접 찾아내어 맡아서 하기로 결심했다. 이 팀에서 해야 할 일이지만 아직 아무도 하고 있지 않은,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업무를 찾기 시작했다.


여러 조사와 공부와 고민을 거쳐 아이디어를 찾고 다듬어 정리했다. 그리고는 팀 회의시간에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나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리한 내용이었다. 팀장님을 비롯한 팀원들에게 공유하고 나서 의견을 들어본 뒤 본격적으로 그 일을 시작해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고참 팀원인 최차장이 나를 포함한 몇 명을 불러 회의를 소집했다. 그러더니 나의 아이디어가 좋았다면서 그 업무를 자신이 진행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잘 도와달라는 말과 함께. 순간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내 아이디어를 눈앞에서 도둑질당한 기분이었다.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기분을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했다.


빈 회의실로 들어가 출타 중인 팀장님께 전화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내가 맡아서 하려고 조사하고 고민해서 발표한 것인데 최차장이 한다고 나섰다고 말했다. 다 일러바친 뒤, 팀장님 생각은 어떠하냐고 물었다. 내심 팀장님이 내 편을 들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오히려 팀장님은 그 업무를 최차장이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차장의 기존 업무와 연관된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황이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자 더욱 당황스러워졌다.


“팀장님, 올해는 저에게  입사 첫 해로서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 상황이라서요,  평가를 위해서라도 저에게는 이 업무가 꼭 필요합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주장했다.


“임대리! 누가 업무의 꼭지를 쥐고 일하는 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결국 우리는 모두 도와가며 한 팀으로 일하는 거야. 그 업무는 최차장 한 명의 일도, 임대리만의 일도 아닌거야. 연말 평가 때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평가할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달래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하는 팀장님과의 통화를 마치고도 한동안 마음이 진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후 팀장님 말대로 최차장을 도와 업무를 진행했고, 그렇게 최차장의 주도로 진행하는 것이 맞았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팀 전체의 성과는 고려치 않고 오직 나만의 떡고물을 챙겨보겠다고 생각한 것만 해도 부끄러울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소리 내어 팀장님께 주장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지금도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때의 잘못을 지금 생각해보면, 첫째, 입사 첫해에 눈부신 성과를 내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과욕이었다. 둘째, 팀 성과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나 개인만의 평가와 성과를 생각한 것이 매우 이기적이었다. 셋째, 설사 내가 맡아서 했더라도 연륜있고 전문성 있는 선배팀원보다 더 잘했을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최차장이 나의 아이디어를 빼앗았다고 오해하는 것이 터무니없었다. 팀에 도움이 되는 직원임을 하루빨리 증명하고자 하는 욕심이 나의 눈을 멀게 하여, 판단력을 흐리고 팀 전체의 이익을 볼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리스는 그의 저서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이렇게 말한다. 첫 직장을 얻거나 새로운 조직에 들어갔을 때는 그저 다른 사람들이 잘 될 수 있는 도움을 자발적으로 제공하라고 말이다.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얻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궁리하고 도움으로써, 결국 당신은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평판까지 얻게 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Buy One Get One Free라고 스스로 달았던 이름표는 나 혼자 잘났다고 설치는 몸부림으로 벗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럴수록 팀 페리스의 말처럼 겸손하게 처신하며 팀원들 뒤에서 조용히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이 되었어야 했다. 다행히 그 이후로 몇 년 간의 조직생활 동안 다른 팀원들을 도우려고 노력하며 일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나를 덤으로 들어온 무능한 직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쯤에서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입사 첫해에 평가를 잘 받았는지 말이다. 평가. 오! 그 오묘하고 복잡하며 정치적인 작업이여! 평가와 관련해서는 또 할 말이 많으니 다음 기회에 별도로 성토대회를 갖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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