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의 우주가 내게로 오다

-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

by 북멘토 임작가

그녀는 조용한 사람이었어요. 늘 수줍은 얼굴로 나지막이 이야기하는 사람이었지요. 몇 개월마다 주기적으로 그녀를 포함한 그룹에서 북클럽을 진행하면서, 그녀는 수많은 참가자들 중 인상 좋은 차분한 성격의 참가자로만 기억되어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제 기억에 강렬한 선을 남기는 사건이 있었어요. 여느 때처럼 북클럽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딸기를 정말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보통 좋아하는 것을 말해보라고 하면 여행 가는 것, 맛있는 거 먹는 일, 가족들과 즐겁게 보내는 시간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는데, 그녀는 '딸기'라고 간단하면서도 분명하게 이야기했어요.


그것도 그냥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딸기를 먹으러 먼 곳까지 찾아다닌대요. 원래 사는 곳은 전라남도인데, 딸기가 제철인 시즌에는 딸기 뷔페를 가려고 일부러 서울까지 찾아간대요. 오로지 '딸기 뷔페'만을 위해서 차로 왕복 8시간, 기차를 타도 왕복 6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에요.


평소 모습과 달리 딸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나지막하지만 단단하고 힘 있는 목소리였어요. 딸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듬뿍 느껴졌어요.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어서 그녀가 새롭게 보였어요. 그날부터 '그녀=딸기'로 제 기억에 굵은 선이 그려졌어요.


그러던 지난 12월, 한 디저트 카페에서 그녀를 포함한 그룹의 북클럽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준비를 위해 북클럽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서 카페에 들어갔는데, 진열장에 진열된 다양한 딸기 디저트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때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우와! 딸기 좋아하는 그녀가 오늘 북클럽 하러 오면 정말 좋아하겠다!'라는 것이었어요. 제 예상대로 북클럽을 위해 카페에 도착한 그녀는 딸기 디저트들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어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지요.


사실 저는 원래는 과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특히 딸기로 만든 디저트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는 사람이었지요. 하지만 그녀 덕분에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저렇게 그녀가 사랑에 빠진 딸기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딸기의 세계에 대해 알고 싶어졌어요. 그날부터 딸기로 만든 디저트들을 일부러 사서 먹어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딸기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나중에는 딸기 디저트를 파는 곳을 일부러 검색해서 찾아다니기까지 했어요. 그렇게 짧은 겨울 동안 수많은 딸기 디저트들을 먹으며 저 또한 딸기의 세계에 듬뿍 빠졌지요.


딸기디저트들.jpg 겨울 동안 먹은 딸기 디저트들 일부



북클럽을 진행하다 보면 이렇게 참가자들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부터 내면에 깊이 숨겨둔 비밀스런 이야기를 듣기도 해요. 예전에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며, 앞으로 꿈꾸는 미래는 어떠하다는 이야기까지 오가기도 하지요.


정현종 시인은 『방문객』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이야기해요.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북클럽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로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모두 온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더 나아가서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우주' 자체가 저에게 온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북클럽에서 딸기를 좋아하는 그녀를 만난 덕에 '딸기'라는 우주가 제게로 왔어요. 지난겨울 저는 온통 '딸기 우주' 속을 유영할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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