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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Nov 22. 2019

김치찌개의 넓디 넓은 포용력

#3. 나를 키운 김치찌개의 힘



 한국인의 소울푸드라고 말할 수 있는 김치찌개는 얼마나 폭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음식인가! 오늘 나는 김치찌개의 포용력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 글을 다 읽은 당신의 불금 메뉴는 김치찌개에 소주 한 잔?! (꼴깍)


 점심시간, 다 같이 백반 집에 갔다. 서로 하나씩 다르게 시켜서 나눠먹자고 정한 가운데, 일행에게 욕먹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 같은 사람, 김치찌개를 시키는 사람이다. 김치찌개를 왜 돈을 주고 사먹냐는 김부장의 잔소리에도 난 꿋꿋이 김치찌개를 고수한다.  









 김치찌개를 한국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로 꼽으면서, 김치찌개를 사먹을 때는 왜들 그렇게 야박하게 구는지. 나는 오래 전부터 김치찌개를 대표해서 항변하고 싶었다.  


 한 끼 백반 값이 평균 7~8,000원에 이르는 요즘. 사람들은 김치찌개를 사먹으면 말린다. 집에서도 먹을 수 있는걸 뭐 하러 돈 주고 사먹냐고. 맞는 말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불고기, 제육볶음은 집에서 안 해먹나? 다 해먹으면서 왜 김치찌개만 뭐라고 하는지. 너무들 한다. 매일 매끼 김치 없이는 못살면서, 김치찌개가 너무 익숙하고 만만하게 느껴져도 그러지 말자 우리.


 백반집의 강력한 화력과 양념이 배다 못해 찌든 뚝배기에 끓인 김치찌개가 얼마나 맛있는지. 아마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거다. 감질나게 넣어주는 당면이나 라면사리의 쫄깃함은 또 얼마나 입안에 별 터지게 만드는 지. 한번 생각해 보시라.


 물론 백반집이 어떤 김치를 쓰느냐에 따라 모험을 감수해야하지만, 한 입 먹고 그 깊은 맛에 감명받아 눈물 흘릴 정도의 맛 집이 아닌 이상, 김치찌개의 맛은 비슷하다. 또 이 비슷한 맛이 이상하게 평타를 만들기도 한다. (파스타로 유명한 이탈리아에 가서 확연히 다른 소스의 맛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김치찌개의 맛은 평균치가 있다.) 물론 이 평타가 김치찌개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인식을 만들기도 했지만 말이다.





 김치찌개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자는 사실 김치찌개의 변주를 즐길 줄 안다.

김치찌개는 한식 중에서도 가장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다. 메인 재료인 김치의 종류에 따라, 서브 재료에 따라 달라진다.

 적당히 익은 김치로 할지. 묵은지로 할지, 맛탱이가 저세상으로 가버린 열무겉절이로 할지. 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이들을 섞어도 아주 훌륭하다. 김치가 같아도 다시 서브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김치만큼이나 큰 영향력을 끼치는 재료에 따라 대표적으로 두 부류로 나눠진다. 일명, 돼지(고기)파와 참치파.



 지방이 적절히 붙은 돼지고기를 뚜걱뚜걱 썰고, 맛술과 소금, 후추로 조물조물 밑간한다. 달군 팬이나 냄비에 이 돼지고기를 재빨리 볶은 다음 한 입 크기로 썬 김치를 넣고, 볶다가 물이나 육수를 붓고 자글자글 끓이면 ‘아 이건 한국인의 소울푸드!’ 라고 할법한 돼지고기 김치찌개 완성!


 참치 김치찌개는 이와 반대로, 한입 크기로 썬 김치를 달군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살살 볶다가 타기 직전에 물이나 육수를 붓고, 참치를 한 캔 따서 넣고 자글자글 끓이면 완성!  


 많은 돼지파 여러분께는 죄송하지만, 나는 참치파이다. 참치를 넣고 자글자글 끓인 김치찌개에 보들보들한 두부도 썰어 넣고, 당면을 넣은 뒤 면이 투명해지면 고춧가루 한 숟갈과 어슷 썬 대파를 넣어서 마무리한 김치찌개를 정말 좋아한다.


 대표적인 서브재료 돼지고기와 참치로 나눴지만, 이 외에도 꼭 들어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재료들은 참 많다. 두부, 소시지, 스팸, 당면, 라면, 청양고추, 떡, 등등 많은 재료가 자신을 불러주길 기다린다. 물론 이 역시 자신의 입맛을 따라 즐기면 된다.



 얼큰하고 맛있는 김치찌개. 갓 지은 따뜻하고 새하얀 쌀밥과 신선한 달걀로 부친 달걀프라이, 조미 김이 한상에 올려져있다면, 그 어떤 다른 반찬도 필요 없다. 이미 최고의 한 끼다.







“너네 먹고 싶은 거 없어? 저녁 뭐해 줄까?”

“김치찌개. 엄마가 해 준 김치찌개 먹고 싶어.”

“김치찌개? 그거 하나면 돼?”


 나와 언니는 타지생활을 할 때마다, 본가에 갈 때면 꼭 엄마의 김치찌개를 먹었다. 이상하게 먹고 싶은 메뉴로 생각나는 건 항상, 엄마가 끓여준 김치찌개뿐이었다. 기껏 들어간 것이라고는 참치, 혹은 스팸 뿐인데, 김치찌개가 그렇게 먹고 싶었다. 그리고 반드시 먹고 돌아왔다.


 정말 신기하게도 엄마의 김치찌개는 먹고나면 풀파워업이 되는 물약같았다. 그 뜨끈하고 얼큰하고, 진한 국물과 아삭아삭한 김치에 밥을 싸먹거나 비벼먹으면 어찌나 힘이 나는지. 맛도 맛이지만, 이상하게 풀이 죽었던 마음도 든든했다. 김치찌개는 나를 키웠다. 어릴 때는 내 몸을, 커서는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주면서. 언제나 나에게 소울푸드는 김치찌개 일 것이다.



 김치찌개가 얼마나 포용력이 큰지. 이 아이가 얼마나 착한 아이인지 한번쯤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 술 뜨면 크-하게 되는 얼큰하고 매운 국물에 속이 풀리는 느낌.


오늘같이 추운 날 저녁 메뉴로 얼큰한 김치찌개에 소주 한 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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