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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Dec 13. 2019

다시는 볼 수 없는 나의 별에게

종현, 그댄 나의 자랑이죠.



12월이 되면 이하이의 <한숨>을 듣는다.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레 이 노래를 만든 종현이. 네가 생각난다.

나는 너를 알아도, 너는 나를 알지 못한다.



 내가 널 가까이서 정말 제대로 본 것은 단 한번. 네가 속해 있던 그룹, 샤이니가 링딩동으로 활동할 때였다. 난 그때 두명의 언니들과 샤이니에게 미쳐서 따라 다녔고, 팬 싸인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너를 가까이서 제대로 본 것이 바로 팬싸였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그곳이 생긴지 오래 되지 않았던 때. 밤을 새서 기다리고, 사인회 번호표를 받은 다음 집으로 돌아가서 한껏 꾸미고 사인회에 참석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팬들 사이에서 더 튀고 싶었고, 174cm임에도 9센치 하이힐을 신고 갔다. 내가 내세울 건 키밖에 없었다.


 드디어 내가 입장할 차례가 왔다. 너는 책상에 앉아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천천히 걸어갔다. 앉아있던 너는 멀리서 다가가는 나를 보고는 ‘아니 뭐 이런 전봇대가?’라는 눈빛으로 날 올려다봤다. 순간 너와 눈이 마주쳤다. 넌 기억도 못할 아무런 일도 없던, 그 0.1초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천천히 다가가 사인 받을 앨범 페이지를 펼쳤다. 망할 놈의 하이힐 때문에 너와 나 사이의 높이가 너무 벌어져, 순간 신발을 벗어던지고 싶었다. 좀 더 가까이서 봐야하는데! 후회스러웠지만 쪽팔리게 티를 낼 순 없었다. 너는 내 거대한 키에 많이 놀란 듯싶었다. 원래도 큰 눈이 더욱 커졌다. 내 이기심이 새삼 부끄러워졌다. 사인을 하면서도 다물어지지 않은 입이 귀여워 잠시 미소 짓기도 했다. 순식간에 사인은 끝났다.


 이 짧은 순간의 기억이 너에 대해 나만 소유하는 시간의 기억일 것이다.



https://youtu.be/lnsDOZmVz5g


 그럼에도 네가 그 시절 나의 최애 멤버보다 더 기억에 남고, 네 노래를 자주 듣는 건

네가 남겨놓은 여러 노래들이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어주기 때문이야.


이하이의 <한숨>, 네 목소리로 전한 <하루의 끝>, <Lonely>, <1000> ,<너와 나의 거리>


가장 마음에 드는 몇 곡을 끝도 없이 반복해서 들을 때면,

네가 아직 이 세상에 있었다면. 라는 허무맹랑한 가정을 하게 된다.


 네가 있었다면 앞으로 어떤 노래들이 더 나왔을지 많이 궁금해.

아이돌이면서 뮤지션 병에 걸렸다고 우리들에게 꼬꼬마 취급을 받기도 했지. 그래, 너 뮤지션 맞았어. 우리가 널 아이돌이라는 굴레가 가뒀던 건 아닐까? 그 굴레의 속박에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던 건 아닐까..싶다.


 그곳에서는 잘 지내? 잘 지내길 바란다. 네가 선물한 노래로 많은 사람들이 위로 받았던 만큼 위로 받고, 마음 편히 쉴 수 있기를... 수고 많았어. 넌 자랑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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