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꽃의 태생은 보통 봄이다.
한 겨울을 이겨내고, 밤 바람이 따뜻하게 불기 시작하면 하나 둘 얼굴을 비추는 그들을 사랑한다.
색과 향이 은은하게 아련한 기분을 들게 하는 ‘라일락’이 가장 좋아하는 봄꽃이고,
이름만 들어도 특유의 쾌활한 노란 빛이 떠오르는 ‘프리지아’도 빼놓을 수 없다.
몇 년 전, 볼빨간 사춘기의 <프리지아>라는 노래가 나왔을 때는
꽃을 계속 생각나게 하고 오! 프리지아! 라는 구절이 몇 번이나 반복되는 노래의 가사가 너무 귀여워서 며칠이고, 질릴 때까지 듣고 말았다.
가사 속에는 노란색 프리지아가 등장한다.
하지만 노란색이 아닌 연보라색 찐보라색 프리지아도 아름답다.
내가 봄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아름답기 때문만이 아니다.
겨우내 멈춰선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따뜻한 봄을 가져다 주며, 향기로움까지 선물해주기 때문이다.
하나 둘 피어나는 새싹과 꽃을 보며, 봄을 느끼고 나도 모르게 움츠렸던 몸을 활짝 펴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되는 계절의 순환을 움 트는 봄꽃을 보며 알람 소리 들은 듯 다시금 깨어난다.
내게 꽃은 아름다운 색과 모습 그리고 향기로 다시 한번 더 기억된다.
그래서 꽃이 비싸도, 그 값을 쉽게 부정하지 않고 기꺼이 그것들을 사고 선물하는지도 모른다.
이제 머지 않아, 봄 꽃이 필 시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