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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원석 Feb 26. 2024

K샤머니즘 신점으로 점쳐본 내 이직운

이걸로 내 미래에 대한 불안증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년 으레 하는 게 있다. 바로 사주 보기. 연말과 연초에 사주 예약 잡기가 그렇게 박 터진단다. 인터넷으로 2024년 신년 운세를 검색해 보는 건 비단 나만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운세는 정확하지 않다고 하여, 웬만하면 고민이 있을 때마다 사주 잘 본다는 철학관을 물어물어 가는 편이다.


처음 사주를 보러 가기 시작한 건,  한창 취업준비를 하고 있던 20대 중반. 과연 내가 언제쯤 취업이 될까 궁금해 철학관을 방문한 것이 그 계기였다. 당시에 사주와 신점을 헷갈리고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명확해졌다. 사주는 내 사주팔자를 바탕으로 해석해 주는 것이며, 신점은 방울을 흔들며 신이 무당의 몸에 실려 대신 말씀을 해주시는 식이었다. 사주는 공부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 통계를 읊는 느낌이었다면, 뭔가 신점은 마냥 거부감이 느껴졌었다. 혹시라도 나쁜 얘기를 들으면 그렇게 될까 봐서,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도저히 궁금한 게 있어도 신점은 피해 버릇했으나, 이번에는 나의 동태눈깔시기가 금방 나을 것 같지 않아 심리상담이라도 보자는 마음으로 신점을 예약했다.


처음은 신내림을 받은 지 약 2년 조금 지난 분이었다. 오색기를 계속 뽑으시며 내 질문에 답을 해주시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연애운, 재물운, 건강운 등 궁금한 게 참 많기는 했지만 내가 제일 궁금했던 것, 바로 직장운. 제 이직은 어떻게 될까요?

네가 하고 싶은 거 그거 해. 이직은 갈 곳도 없네.


하고 싶은 게 있다고 사전에 얘기한 터라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해졌다. 그래도 지금 직장에선 나오고 싶었는데, 받아줄 곳도 없다니. 그래도 대체적으로 좋게 말씀해 주셔서 기분 좋은 심리상담 한 건 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신점은 갓 신내림을 받은 지 6개월도 안 된 아주 젊은 분께 봤다. 이미 첫 번째 신점을 본 지 일주일도 안된 터라 취소할까 말까 싶었지만, 취소 시 예약금이 있어 아까워 애써 시간을 내 다녀왔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내가 궁금했던 걸 바로 여쭤보니, 이게 웬걸. 답변이 서로 다른 거 아닌가?

이직은 8월쯤, 하고 싶은 거 하시되 관두지 마시고 준비하면서 하세요.


이렇게 되니 맘이 더 불편해졌다. 두 분이 좀 상호협의 하시면 안 될까요. 한 명은 갈 곳도 없으니 현직장 다니면서 준비하라고 하고, 한 명은 그래도 이직이 된단다. 누구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요? 누가 누가 더 제 현재 상황과 과거를 잘 맞췄고 더 잘 맞추실 예정이신가요? 두 분의 점괘를 절충해 꿈을 좇으며 이직 준비를 하자니.. 사실 아주 잠깐 해봤는데,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을 요하는 일이라 며칠 못 가 방전됐던 과거가 떠올랐다. 둘 다 할 자신은 없는데.. 아니, 어쩌면 내가 나약한 걸까?  



결국 몇 번 안 되는 신점을 보고 난 뒤, 내가 느낀 건 그래도 내 미래는 내가 개척하는 게 맞는구나.라는 것이었다. 사람은 어찌 됐든 변하지 않는다. A 하고 싶은데 A 안된다고 하면, 사람들이 얼씨구나! 하고 안 할까 싶다. 물론 미래를 아주 잘 보시는 분도 있겠지만, 현 상황을 두 분 다 틀린 걸로 봐서 둘 다 나와 잘 맞는 분은 아니었나 보다. 나의 불안함을 타인에게 위탁하여 미래를 알려달라고 하다니. 누군가는 멍청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지금 보니 멍청하기보다는, 그만큼 간절했다고 받아들이면 좋겠다. 앞은 깜깜하고 풀 방법이 없으니 K샤머니즘으로 건전하게 풀겠다는데(?). 이 진리를 왕복 약 6시간과 10만 원이 넘는 돈을 내고 깨달았다. (아휴 피같은 내 돈!)



내가 이직이 되든 안되든, 내가 하고 싶은 걸 시작하든 말든, 다 내게 달린 일이다. 시작해서 잘 되면 땡큐고, 안 되면 그만이리라. 여하튼 미래일을 물어본 거라 적어도 이번 연도가 지나면 누가 누가 더 용했는지는 알 수 있으리라. 어쩌면 둘 다 아닐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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