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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원석 May 10. 2024

직장인, 나만의 무기를 만드는 방법

어느덧 마냥 어리광만 부릴 수 없는 직급이 되었다. 그새 많은 후배들도 들어오고, 막내티를 벗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러면서 나의 생태같이 반짝이던 눈도 사라졌지만.


뭐 해 먹고살지?라는 본연적인 고민은, 바로 나만의 필살기가 없다는 걱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디선가 보았는데, 직장과 직업은 별개로 보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나는 A회사 다니고 있어요. 그래, 그래서 뭐? '회사 = 나'로 동일시하는 건 신입시절에야 그랬고, 어쩌면 라테 시절에만 가능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좋은 대기업을 다니더라도, 결국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일뿐이다.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만 돌아간다. 어찌 보면 씁쓸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이건 대표 빼고 모든 직장인이 상시 가져야 할 마음이기도 하다. 회사는 나의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무슨 직업인지를 확실하게 해야 하는 시대가 아닐까 싶다. 회사를 나가더라도 다른 곳에서 어필할 수 있는 나만의 무기 하나쯤은 만들어야 된다는 말이다. 솔직히 요새는 너무 잘난 사람들이 많아서 무기 하나만 믿고 싸웠다가는 데미지 입고 죽겠지만, 현실은 나처럼 무기 없이 초보자 단칼 하나로 숲을 누리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물론 아직 나도 진급(레벨업) 하기 전이라 확신을 갖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나는 아직 어느 직업으로 전직해야 할지 고민 중인 상태이다. 사람들이 찾는 만인의 힐러? 아니야, 도적이 날렵해 보여서 멋있어 보이는 걸, 사나이라면 역시 칼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게이지가 전부 차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는 해놔야 될 것 같아 남겨본다.


1) 공부는 뭐든 하면 도움이 된다.


사실 나는 좋은 머리와 거리가 멀다. 학창 시절에 그래도 우직하게 엉덩이 앉아서 공부하긴 했지만,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내게 학벌콤플렉스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자격증 취득이 내게는 딱 맞았다. 수능처럼 1년에 단 한 번밖에 없다는 압박감이 있지도 않은 데다가, 단기로 빡 집중해서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격증도 장기전으로 봐야 하는 것들도 존재하나, 그런 건 논외로 치자) 


취준 때는 2주 만에 합격, 3주 만에 합격한다는 글이면 눈이 홀라당 돌아갔고 아이러니하게도 나 역시 해내기도 했었다. 머리 안 좋은 나도 할 수 있는데, 당신들도 해낼 수 있다고 말하며 의욕도 넘쳤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어서 내게 유일하게 주어지는 시간은 퇴근 후 잠자기 전 시간과 주말이 전부다. 학생시절보다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니, 위와 같은 상황은 이제 꿈을 꿀 수 없다. 언제든 치트키를 쓸 수 있지만, 우직하고 정직하게 공부를 하는 게 어찌 보면 가장 빠른 길임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이론을 공부하고 실무에 적용해 보고, 내가 aha라고 외치는 순간이 많을수록 내 지식도 한층 넓어진다.


2) 책 읽기는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느린 방법

남들은 되려 대학교를 들어가면 다들 놓는다는 책 읽기를, 나는 사회인이 되어서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재밌고 흥미 있는 책이 많았다니! 책을 읽으며 세계가 넓어진다는 말에 백번 공감한다. 문학작품을 읽으며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저 세계에서는 저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만 같아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에세이를 읽으며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쓰시는지 작가님의 머릿속에 들고 가고 싶을 때도 있다. 자기 계발 책을 읽으며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은 천치에 널렸구나 싶어 반성할 때도 매우 많다.


여담으로, 종이를 넘기며 읽는 책맛이 훨씬 더 좋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전자책으로 읽는다. 하지만 역시, e북이 대체하지 못하는 종이 넘기는 맛이 있다.


3) 그리고, 글쓰기

나를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비빔밥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옆에 계신 부장님은 김치찌개, 과장님은 고등어구이, 저 멀리 일 잘한다고 소문난 대리님은 페퍼로니 피자. 모두 다 전문성이 있어 보이는데 나만 어느 하나 자신감 있게 이거 맛보세요! 제 맛은 이거예요!라고 표현할 수 없는 처지 같아 보인다. 적절한 반찬이 한데 모여 어우러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비빔밥. 나를 이루는 반찬들은 무엇일까?


개인 블로그부터 해서 전자책(시도), 현재 주력으로 쓰고 있는 브런치까지. 모든 쉽지 않다. 가끔은 내가 뭘 써야 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쓰면 는다고, 글 쓰는 데는 모두 다 동일하게 시작한다고 말하지만 어쩜 저렇게 매일매일 쓸 수 있는 글감을 찾아내 써 내려가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난 무엇을 써야 하는가, 그리고 잘 쓰고 있는가. 삽질을 하다 보면 심연으로 들어가기 십상이라 그냥 애초에 눈과 귀를 막았으나, 그럼에도 누군가가 한 얘기처럼, 나도 내 얘기를 묵묵히 쓰고 있는 중이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쯤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나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엔 한 명쯤 살아있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하는 얘기에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서 글을 남긴다.    



한때 이 말을 좋아했었다. 知行隔差 지행격차라는 말로, 영어로는 Knowing-Doing Gap이라고 한다. 말하는 것과 하는 것의 격차라는 뜻인데, 나처럼 생각만 많은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소극적 게으름뱅이들을 꼬집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행동하기 전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미지의 거대함이 나를 억누른다. 가보지 않은 길, 새로운 영역이 나를 겁먹게 만든다. 그뿐만이랴, 나이가 먹을수록 두려움도 점점 커진다. 아는 게 날 지키는 거라며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두드린다.


100% 준비가 되면 나는 달려갈 거야-라는 말은 안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첫째로, 너무 늦다. 이미 준비하는 사이에 앞서 대충 챙겨 뛰어간 사람들을 따라잡기에는 차이가 많이 난다. 비단 빨리빨리의 시대를 말하기보다는, 요새 세상이 이런 걸 어떡하랴. 둘째로, 100% 완벽한 준비는 판타지다. 애당초 무엇이 진짜 끝인지 정의할 수 없으니, 부족한 건 자꾸만 눈에 나타날 것이다. 이건 이래서 안돼, 저건 저래서 다시 해야 돼..  언제쯤 시작할 수 있을까? 아니, 우린 언제쯤 달려 나갈 수 있을까?


공부하고, 책 읽고, 글 쓰고.. 나의 무딘 칼을 갈아내는 방식이지만, 이게 과연 효과적인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다. 무식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뭐라도 하다 보면 어디로 전직할지 감이라도 잡지 않을까 싶어서, 오늘도 공부하고 읽고 쓴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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