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서 20대로 바뀌었을 때를 반추해 보자면, 그때도 썩 기분이 좋았던 것 같지는 않다. 성인이 되어서 이제 자유라는 해방감을 느꼈던 것도 잠시, 그 짜릿함을 마냥 즐길 수는 없었다. 나는 재수라는 선택을 했으므로. 나의 의지로 선택한 만큼, 오롯이 책임은 내게 있었다. 대입실패와는 별개로, 그래도 20대는 즐거웠다. 맞지 않는 친구들과 더 이상 함께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었다. 세상은 넓고, 재밌는 것 투성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얘기해보고 싶었고, 다채로운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당시에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능력치를 활용해서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20대를 돌이켜 키워드를 하나 꼽아보자면, 아이러니하게도 '아등바등'이라고 꼽을 것이다. 아등바등 무엇을 이루려고 그렇게 애를 썼던 것일까? 결국 원래 꿈꿔왔던 이상과는 멀어진 채로, 20대 후반의 마지막은 평범한 회사의 직장인으로 마무리할 거면서.
30 대란 무얼까? 일단 '30대' 단어 자체가 주는 의미를 떠나, 나의 상황을 얘기해보려 한다. 내가 속한 곳이 내 삶의 반경이고, 곧 나의 세계가 된다. 지금 다니고 있는 현회사에서 30 대란, 그래도 젊은 축에 속하는 young 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따금 팀장님과 부장님이 젊어서 모든지 할 수 있다-라는 파이팅 넘치는 조언을 해주실 때마다 인지부조화가 들었다. 이 조직에서는 젊지만, 객관적으로 젊은 편이던가? 더 이상 20대처럼 살도 잘 빠지지 않고, 회복력도 느린데.. 밤새워서 친구들과 게임했던 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니 말이다. 물론 아직 청년(대학민국 법률상 만 34세 미만)에 속하긴 하다. 허나, 내가 이 조직을 나가지 않는 이상 언제까지나 나는 젊은 편이라고 착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난 언제까지나 젊고, 모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살 것만 같다는 미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20대에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나니, 표면적으로 마음은 편해졌다. (사실은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긴 하지만!) 아직 내 인생 망한 것도 아니고, 앞길이 창창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불편함이 남아있기도 하다. 스스로 타협한 건 아닌지 무수한 의문도 들었다. 결과적으로 패배자인지, 현명한 건지 두 가지 갈림길에 서있다.
30대, 앞자리 3이 주는 이미지보다 주변사람들의 모습에서 내가 나이가 먹었음을 온몸으로 체감한다. 동네 친구는 결혼하고, 중학교 동창은 애를 낳고, 고등학교 동창은 집을 샀고 등등등.. 이제는 비교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아리다. 이제 마냥 어리지 않다. 그리고 젊은 건, 언제나 비교에서 오는 가치일 뿐 객관적이지 않다.
성인이 된 이후로 도전하지 못하는 건 '키즈모델' 뿐이라고 한다. (하하 아쉬워라!) 그래, 도전에는 나이가 없다. 이래서 늦었고, 저래서 안될 거야-라는 구차한 변명은 이제 지겹다. 뭐해먹고살까?라는 고민에 대한 답은, 그저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젠 나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도망치지 않으려 한다. 지금 현재 내 모습은, 과거의 내가 맹렬히 싸워 만들어낸 결과물이다.그러니 더 나빠지지 않도록 열심히 물장구를 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