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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원석 Jul 05. 2024

지방사립대의 끝없는 학벌컴플렉스 취준일기

언제 끝나냐고요? 글쎄요.

각자 사람마다 콤플렉스가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콤플렉스 없는 사람이 있다면, 젠장 부럽다. 내 경우로 말할 것 같으면 한 번의 선택이 내 인생을 좌우했던 것, 바로 대학교 입학이다.

그렇다, 나는 학교 컴플렉스가 있다. 나는 지방사립대를 나와 현재 학과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안 한 것도 아닌데, 나와 내신성적이 비슷했던 친구들은 각종 전형으로 훨씬 좋을 곳을 갔고, 나는 수능을 처참히 망해 재수를 한다. 논술전형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이것저것 해봤으나, 이런... 재수 역시 최저전형에 맞출 수 없었고 결국 정시등급으로 대학교에 들어간다. 만성 과민성대장염인 나는, 재수도 죽 쒔다.


들어가니 처참했다. 전혀 처음 보지 못하는 내신성적을 갖고 있던 선배들, 내가 살아온 방식과는 다른 사람들. 소위 현타가 왔었다. 나는 도망가야만 했다. 여긴 아니야.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다른 내면의 목소리가 나를 잡았다. 힘들다, 원석아. 삼수는 죽어도 못하겠고, 요새 편입도 바늘구멍에 실넣기라는데 네가 할 수 있겠어? 그래서 나는 스스로 타협한다. 그럼, 나는 더 열심히 살겠어. 내가 진작부터 뭘 잘하는지 알아서 4년 동안 공부한 학과를 살려야지.


하지만 보란 듯 그러지 못했다. 생각보다 나의 취업 준비는 고단했고, 그러면서 여러 취업컨설턴트를 만나니 하나같이 지적하시는 게 있었다.

원석아, 너는 학벌이 좀 아쉽다.


학벌 때문에 그간 고등학교 때부터 나의 대학생활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독서실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했던 기억, 재수 때 밥을 칼같이 먹고 단어를 외우던 기억까지 모두 다 하나같이 부질없이 느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놀걸! 하지만 동시에 그건 사실이기도 했다. 결국 대학 타이틀이 나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명이기도 했다. 나 역시 서울대를 나왔다고 하면 멋있다고 생각하고, 벌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곤 했으니. 그래서 차마 부정도 못하고 긍정도 못하고 애써 실소를 보이며 얘기했다. 그러게요, 뭐 어쩌겠어요.


아닌 게 아니라, 최근 방영된 나는솔로 20기 엘리트 편에서도 출연자 영수가 이렇게 말한다. 본인은 학벌을 부지런함의 척도로 본다고. 댓글은 질타로 가득했지만, 솔직히 학벌 좋은 사람들을 누가 싫어할까 싶었다. 나 역시 그런 해당 출연자의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정말 솔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날것이라 사람들이 거부감이 들었을 뿐, 그는 포장 없이 얘기한 것뿐이리라. 동시에 씁쓸해졌다. 아, 저렇게 학벌로 부지런함을 책정한다면, 나는? 과거의 나의 부지런함은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보다 덜했을 수 있지만, 애당초 태어난 환경과 머리와 능력이 다른데 그걸 다 뭉뚱그려 생략하고 그렇게만 바라보려나.





후회하냐고? 그렇다. 소위 학벌컷 있는 회사를 지원할 때면 더더욱. 엑셀컷 당할걸 알면서도 혹시나 내가 지방대로 뚫을 수 있는 0.01%일까 봐 간절한 마음에 넣는다. 인서울 했으면 학벌콤플렉스가 덜했으려나?


그렇지만 과거에만 얽매여 있는 건 세상 쓸모없는 짓이란 걸 잘 알기에, 이제 그만 놓아주려 한다. 놓는 척하는 게 맞겠지. 어찌 되었든 학벌세탁에 전전긍긍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부족한 건 부족하다 인정하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학벌 갭차를 줄일 만큼 나만의 어떤 무기가 뛰어나던가, 내가 온전히 나로서 인정받을 때 아무래도 나를 10년간 졸졸 좇아 다녔던 컴플렉스가 사라질 예정인가 보다. 결국, 가지지 못한 것에 집중할 것이 아닌 내가 갖고 있는 걸로 승부를 봐야만 한다. 물경력 4년 차. 내가 갖고 있는 무기는 초보자라고 하기에는 단련되었지만 엑스칼리버가 되기에는 빛이 나지 않는 다 해진 칼이다.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쓸모가 있을 테니 그걸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는 셈이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자기 객관화는 생각보다 더 잔인한 일이었다. 뭐랄까, 20대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모든지 잘될 것 같고 내 필명처럼 원석 같았다. 내가 잘 가꾸면 빛이 나는 존재가 될 거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30대인 지금의 나는 초라하다. 경력이랄 것도 없고, 자신감은 떨어졌다. 그사이 새롭게 생긴 자격증은 뭐 이리 많은지, 젊고 능력 좋은 신입들은 또 얼마나 득실 되는지.


그래서 이제는 받아들인다. 현재 내 위치는 여기구나. 나는 지금 레일 한복판에 등급이 매겨진 채로 놓여있다. 어느 기준을 가지고 놓여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자산? 능력? 학벌? 경력? 외모?


앞으로의 플랜은 글쎄, 나도 모르겠다. 올해는 무조건 이직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되든 안 돼 든 자소서는 계속 쓸 것이다. 공부도 계속해서 해나갈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나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연습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방 사립대를 나왔지만 블라인드로 합격할 만큼 나를 증명해 낼 있는 실력은 있다는 것.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좌절하더라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사실 칭찬하자면 온갖 예시로 들어서할 많지만, 정작 나는 나의 못난 부분만 보고 있었나 보다. 


원석아, 너는 너 자체로 훌륭하다. 00아, 오늘도 고생했다.

남이 얘기해 줄 수 없다면, 나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내가 스스로 얘기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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