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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Jun 23. 2018

이제까지 우리가 배운 것은 영어가 아니었다

폴란드 vs 한국 전으로 짚어봅니다    

넌 어떻게 영어를 배웠니?


나는 외국에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한다. 특히 영어와는 다른 뿌리의 언어인 슬라브 계에 속하는 폴란드어를 구사하는 이들에게 이 질문을 할 때면 호기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폴란드 젊은이들의 대답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바로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다.' 는 점이다. 물론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특정 가수의 광팬이라 그의 노래를 다 외워버렸다든지 등의 방법의 차이는 있었으나, 학교 수업이 영어를 듣고 말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데에는 거의 이견이 없다. 오히려  묻는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학교 영어 수업이 영어를 말하는데 도움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학교 배운 영어로 이들이 듣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폴란드 수능인 마투라에 그 주된 이유가 있다. 놀랍게도 폴란드의 학교에는 교과서가 없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필요한 시험인 마투라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와 교재 등은 교사가 자율적으로 정하여 가르친다. 교과서도 없는 폴란드의 영어 수업, 여기서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들이 익히는 영어는 마투라 시험 준비가 그 주된 목적이다.  


폴란드의 수능인 마투라 영어시험을 준비하면 영어를 듣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참고: https://brunch.co.kr/@thepiano/17) 그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사지선다 문제는 일부에 불과하다. 

생각해보자. 영어를 실제로 쓰는 환경은 사지선다와 거리가 멀다. How are you? 를 물어보는 이가 답을 골라보라며 선택지를 주는 경우는 오직 시험에서만 존재하는 환경이다. 즉, 영어를 실제로 쓰는 현장에서는 내가 할말을 '만들어야 만' 한다. 

 마투라 영어 시험은 빈칸 채우기, 주어진 단어를 활용하여 문장 완성하기 등 다양한 형식의 문제로 단순 찍기로는 고득점이 불가능하다. 특히 말하기 쓰기 시험에서는 선택지가 주어질 여지가 없다. 오로지 내가 문법과 단어를 활용해서 문장을 만들고 내용을 구성하여야 한다. 즉,실제로 우리가 언어를 쓰는 상황에 근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지선다 찍기식의 시험만으로는  언어를 실제로 활용하는 능력을 온전히 측정할 수 없다 



2. 생산하는 언어: 말하기, 쓰기 

 글을 읽어 내용을 파악하는 영역 뿐 아니라 듣고, 말하고 글을 쓰는 능력까지 언어를 활용하는 4가지 영역을 고루 측정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수능과 대표적인 차이가 드러난다. 마투라 영어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자연스레 이 모든 4가지 영역을 연습할 수 밖에 없고, 고등학교 수업에서도 이를 모두 다룬다. 

 말하기 쓰기의 분량이 상당한 것을 보면, 말하기 위해 어휘를 익히고 정확한 문장을 쓰기 위해 문법을 익힐 수 밖에 없는 '생산하는 언어' 를 배울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부러웠다. 시험 찍기를 위한 읽기과 문법 배우기, 단어 외우기에 집중된 수능 영어와는 대조적이다. 


3. 학업적인 내용 뿐 아니라 생활 영어도 담는다.  

 마투라 영어는  2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즉, 보다 학업적인 내용을 담는 고급형과 생활영어에 중점을 둔 일반형이 그것이다. 자신이 선택하는 대학의 전공에서 요구하는대로 택일 하는데, 때로 아예 영어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학생들은 대학 요구사항과 무관하게 영어 시험을 선택한다. 그 이유는 (1)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마투라 영어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궁극적으로 영어실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함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특히 일반형 마투라 영어 시험에서는 실생활에서 쓰는 영어를 중심으로 내용이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쓰기 시험에서는 <최근에 방문한 곳을 추천하는 글을 쓰라> 는 등 우리가 흔히 인터넷 블로그에서도 실제로 쓰는 생활 밀착형 문제들이 출제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시험이라는 형식의 딱딱함에서는 벗어나는 것이 마투라 일반형 시험이다. 

 



우리나라의 내신영어, 수능영어, 그후에 다시 영어회화를 따로 배워야 하지만 폴란드에서는 마투라 준비로 내신, 수능, 회화가 같은 방향성을 가진다. 학습에서의 시간적인 효율성이 어느 쪽이 높을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폴란드 수능인 마투라 시험을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영어를 듣고 말하고 활용하도록 연습하는 길이 된다. 시험용 영어와 소통하는 영어는 서로 구분된 분야가 아니었다. 


폴란드가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부터 이다. 최근 5-6년간 폴란드 젊은이의 영어실력은 현지에 오래 살던 교민조차 매년 그 차이를 체감할 정도로 늘었다. 그래서 그런지 흔히 만날 수 있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젊은이, 주유소 계산대에서 만나는 이십대 청년들은 적어도 영어로 기본 의사소통 정도는 할 수 있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지 않은 50대 이상의 폴란드인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이만하면 폴란드 공립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은 언어를 배운다는 그 목적을 어느정도 달성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이다. 



4년간 살았던 폴란드 브로츠와프의 시내 풍경 

 


모든 폴란드 젊은이가 원어민처럼 유창하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느 정도수준의 영어는 할 수 있게 된다. 언어적, 문화적으로 우리나라보다는 폴란드가 영어에 가까운 것도 사실이기에 이들이 우리보다 영어를 빠르게 배울 수 있음이 자연스러운 결과지만 무려 10년을 넘게 배우고도 듣고 말하기가 힘들다면 필시 우리가 배운 영어는 영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말하는 영어를 위해서 이제까지의 방법을 뒤집어야 한다. 브런치 매거진 <언제쯤 영어를 잘하게 되나요> 에서 나눈 방법HOW '언어학습의 3대 원칙' 에 이어,  세월을 아껴 늘리기 위한 무엇WHAT 즉 학습할 자료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글보다 소리로 익히기

영어는 글과 소리간의 간극이 꽤나 크다. 오죽하면 milk 는 '밀크' 가 아닌 미역이라고 말해야 상대가 알아듣는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까. 다음의 동영상을 보면 영어 소리는 글과는 완전히 다른 정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어가 안 들린다' 는 경우는 단어를 몰라서  보다 아는 단어의 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이다. 


쉬운 문장이 안들리는 예 동영상: 

http://cafe.naver.com/englishforkoreans/682



2. 문제풀이를 위한 문법 대신 실제 쓰이는 생영어 문장을 먼저 접하기 

 1형식 문장, 부정사와 같은 문법용어가 영어 문장에 직접 쓰이는 경우는 없다. 아이가 언어를 처음 배울 때 문법부터 배우지 않는다. 바로 실제 쓰이는 문장부터 익히는 것이 순서이다. 생영어 문장을 눈이 아닌 귀와 입으로 숙달해 가며 이에 적용된 문법을 배우는 것이 '듣고 말하기' 를 위한 수순이다. 



3. 우리말= 영어 식으로 단어는 일대일 대응 되지 않는다 

 실컷 외운 단어도 막상 문장에서 쓰려면 무언가 찜찜하고 망설여지는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종이 가득 적어가며 암기하던 우리말= 영어 식의 암기는 4지선다 찍기 시험에 통하는 방법이다. 말하기를 배우려면 그들이 쓰고, 말하는'통문장' 으로 익혀야 한다.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는 한국인의 영어를 꿈꿉니다. 그간에 겪었던 시행착오로 얻은 경험을 나누는 마음으로 브런치와 영독소 카페에서 칼럼과 세월을 아껴주는 생영어 자료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영어독립을 힘차게 응원합니다. 


* 영어독립연구소: 영독소 카페 

http://cafe.naver.com/englishforkor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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