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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Jan 04. 2022

틀린 맞춤법을 지적하는 심리-화이팅과 Hwaiting

#PSH독서브런치118

사진 = 표준국어대사전 캡쳐


1. 영어학 전공 과정 중 영어구문론 시간에 표준어는 힘 있는 국가 혹은 집단에 의해 정치적으로 결정되며, 따라서 '변방' 혹은 '지방'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dialect'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이 아니라고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대신 단순히 다양성만을 의미하는 'variety'가 조금 더 나은 표현이라고요. 즉 표준어와 사투리는 '틀리고 맞고'의 관계가 아니라 언어의 다양한 표현 양식임을 배웠습니다.


2. 한국처럼 국가적으로 표준어 제도를 강력히 시행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어 외에 표준어 규정을 제정하고 있는 나라로는 중국과 북한이 있으며, "이중에서도 표준어의 세부적인 기준과 사례를 해당 규정 내에 일일이 제시하고 있는 국가는 대한민국뿐"이라고 합니다. (조태린(2016). 성문화된 규정 중심의 표준어 정책 비판에 대한 오해와 재론. 국어학, 79, 67-104) 그리고 한국 표준어 규정에 있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이라는 정의에서 "교양과 비교양의 관계로 보는 차별적 시각을 조장하고 강화하며 고착시"킬 우려가 있으며, "방언을 틀리고 버려야 할 말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글은 #PSH독서브런치016 [맞춤법에 대하여-규정문법과 기술문법]을 참고해주세요)


3. 영어학 개론 시간에 'Long time no see'라는 표현은 영어에 없는 어순으로서 중국어의 '好久不见(hǎojiǔbújiàn)'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표현이라고 배운 적이 있습니다. 영어는 다양한 언어로부터 영향을 받은 언어라는 관점에서 배운 내용이었지만, 현재 기준으로 틀린 표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마든지 맞는 표현이 될 수 있는 사례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4. 한국어 표현 중 '파이팅'은 대표적인 콩글리시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어 '화이토'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도 있습니다. 파이팅을 '힘내자' 혹은 '아자'로 순화하여 표현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은 것 같아요. 하지만 2020년 표준국어대사전에 파이팅은 "운동 경기에서, 선수들끼리 잘 싸우자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 또는 응원하는 사람이 선수에게 잘 싸우라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로 등재되었고, 유튜브 한류 콘텐츠 댓글에서 한국어 파이팅을 다시 영어로 바꾼 'hwaiting'이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1+2+3+4. 한때 친구들의 틀린 맞춤법을 지적해주는 것을 취미로 삼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며 지적 우월감을 느끼고자 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또한 #PSH독서브런치052 [색안경에 대하여 - 영화 클로저의 교훈]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의 말과 행동에서 내가 쓰고 있는 색안경이 드러난다는 측면에서 어쩌면 맞춤법 지적은 상대방에게 "맞춤법에 대한 지식이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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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맞춤법 지적은 1) 맞고 틀림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사안에 대해 2) 상대방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알량한 지식을 알려주며 우월감을 느끼고자 하는 것이며 3) 상대방에게 '저 사람은 맞춤법에 대한 지식이 자랑스러울 정도로 별로 아는 게 없는 사람인가보구나'는 이미지를 전달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별로인 행동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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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상대방이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선한 의도를 가지고 맞춤법을 지적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경우에는 내 의도가 위의 생각들로 오염되지 않았음을 충분히 알리고 조심스럽게 해주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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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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