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130
1. 박이문 작가는 <현상학과 분석철학(지와 사랑)>에서 철학적 인식은 직접적인 인식이라기보다 간접적인 인식, 2차적인 인식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전쟁 전략을 짤 때의 상황을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일선에서 척후병이나 그 밖의 사람들에 의해서 적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가 단편적으로 수집되면 후방에 있는 참모들은 그렇게 얻은 정보를 토대로 해서, 그들이 직접 적의 상황을 보지 않고서도 적의 상황을 총괄적으로 파악한다. 이와 같이 해서 참모들은 간접적, 즉 2차적인 지식을 얻는다. 지적활동을 진리라는 승리품을 위한 전쟁에 동원된 모든 인원들에 비유할 수 있고, 과학자들이 전투병이라면 철학자는 참모의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언어란 무엇인가(언어와 언어학 제27집, 2001.6, 1-9)>에서 언어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언어는 우리가 지각하는 우리 외부의 현상적 세계를 표상하고, 우리가 지각할 수 없는 우리 내부의 정신적 세계를 재현하여 그것들을 기록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남겨두어, 그러한 세계들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이들도 간접적으로 자신이 직접 경험하는 세계 이외의 세계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로 볼 수 있다."
직접 경험한 것도 결국 언어화되어 머릿속에 저장된다면 간접 경험화된다는 측면에서 인간의 모든 직접 경험은 결국 간접적 인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즉 직접 경험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지 않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2. 하지만 경험적으로 돌이켜 보면, 직접 경험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가 있는 것 같아요. 즉, 직접 겪어 보기 전에는 완전히 체득하기 어려운 것들이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자주 방문하기 부담스러운 호텔 뷔페가 그 예가 될 것 같아요. 2018년 수원에서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가 열렸고, 외국 팀 통역으로 3주 동안 호텔에서 숙식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3주 내내 호텔 뷔페에서 삼시 세끼 모두 해결해본 이후로 뷔페에 방문했을 때 눈이 뒤집혔던 예전과 다르게 조금 더 여유 있는 태도로 음식을 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미지 트레이닝, 마음 수련, 독서 등 수많은 간접 경험을 통해 세상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실전 경험을 통해서만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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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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